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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받은 책. 선물받은 것도 아니다.
티스토리로 이사오기 전엔 네버 블로그를 사용했다. 책 리뷰를 열심히 올리다보니 우연힌 기회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까페에도 가입하게 됐다. 회원수 5만명이 넘는 거대한 까페였다. 그 까페는(네버에는 책과 관련한 거대 까페가 몇 개 있는데, 그곳들도 마찬가지로) 출판사들과 서평 계약을 맺어 신간 도서를 공짜로 제공한다. 까페 회원들은 자기가 원하는 책에 댓글을 달고 까페 운영진이 15명에서 20명을 뽑는다. 당첨된 회원들은 주소 등을 출판사 담당자에게 메일로 보내면 며칠 뒤 책을 받을 수 있다. 책을 받는 대신 자기 블로그, 까페 게시판, yes24, 알라딘, 교보문고 등에 리뷰를 올려야 한다.
까페 활동 반 년만에 처음으로 신청해봤는데 마침 당첨됐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빌리 엘리어트, 디 아워스 감독)이 영화화해서 얼마 뒤에 동명의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하는 모양이다. 2004년에 출판했는데 이런 호기를 출판사에서 놓칠 리가 없다. 띠를 새로 만들어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이후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독일 소설이랜다.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타이틀이 시선을 끌었다. 소설의 배경은 1950년대 중반의 독일이다. 미하엘 베르크 라는 15살 소년이 우연히 30대 중반의 한나 슈미츠라는 여성과 섹스를 하게 되고, 십대 소년이 가장 소망하는 경험 속에서 행복해하며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한나가 사라진다!
여기까지가 1부다. 한나의 중요한 비밀이 아직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책 홍보글을 살펴보다가 미리 알고 있었지만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았다. 다만 모르고 봤다면 뒤에서 밝혀지는 그녀의 비밀에 무척 놀랐을 것이다.
1부까지는 그냥 연애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10대 소년과 30대 여성의 섹스, 소년에 눈에 비친 원숙한 여성의 몸, 그 강렬한 충동, 소년의 나이에 섹스를 경험한다는 게 소년의 세계를 얼마나 뒤흔들어놓는지 등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2부, 3부가 되면 좀 더 어두우면서도 깊은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한국과 달리 독일은 전후 처리를 엄격히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치의 고위급 간부들을 엄격히 재판하고, 사형도 서슴지 않는 등. 그러나 그곳에도 문제는 있었던 모양이다. 제3제국 시절 정도를 달리 하며 다양한 형태로 인류 최대의 범죄에 협조/묵인했던 세대를 부모로 둔 미하엘의 세대. 그래서 부모의 요구와 기대를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획득한 세대.
무거운 시대적 배경 속에서 20살 가까이 차이 나던 두 연인의 관계, 소년기에 한나가 떠남으로 인해 죄책감과 배신감으로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았던 미하엘의 삶, 등이 매끄럽게 어우러져 있다. 사회적인 문제를 소설 속 깊숙이 끌어들이면서도 사랑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예리한 스케치를 보여줬기에 상도 많이 받으면서 상업적으로 성공했을 것 같다. 
독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 소설이 전반적으로 한나와 미하엘 간의 관계에 주목하기 때문에, '연인'이라는 관계, 사랑, 두 사람의 대화, 두 연인의 어긋난 생각 등, 흥미로운 주제들을 곰곰히 생각하면서 읽었다.

우리가 말하는 것이 진리인가 아닌가 여부는 우리의 행동에 달려 있기 때문에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186쪽)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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