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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건 오로지 그들이 패자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야. 그래, 전체를 놓고 보면 그들이 더 인정 있고 더 인간적이긴 하지. 그건 패자의 미덕이지 않나... 확실한 건, 부르주아인 내가 부르주아에 대해 증오에 찬 혐오감 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야. 그렇지만 민중 역시 우리가 함께 승리를 거두게 되면 그 즉시 비열하기 짝이 없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지... 그러나 우리가 함께 투쟁한다는 사실, 그것만큼 분명한 게 없긴 해..." 75쪽
"...(중략) 하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인간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일이라 여기는데... 부조리가 다시 고개를 쳐드니... (중략) 아, 이 종잡을 수 없는 조화로 인간은 삶을 지배하고 있는 뭔가가 있다고 느끼게 된단 말이야..." 173쪽
"...(중략) 하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인간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일이라 여기는데... 부조리가 다시 고개를 쳐드니... (중략) 아, 이 종잡을 수 없는 조화로 인간은 삶을 지배하고 있는 뭔가가 있다고 느끼게 된단 말이야..." 173쪽
앙드레 말로가 20대 후반에 쓴, 첫 장편소설이다. 1925년 중국 광둥을 무대로 삼았다. 소설이지만 르포르타주라 해도 무리없을 것 같다. 근데 정작 말로 본인은 중국에 가본 적이 없으면서 '동양 3부작'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가본 적도 없는 곳을 무대로 쓴 글을 두고 르포 같다, 라고 말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후배가 빌려준 책이다. 말로를 참 좋아하는 후배. 그가 빌려준 <인간의 조건>, 예전에도 리뷰를 썼지만, 공감 가는 부분이 거의 없다시피 했었다. 그래도 누군가 내가 읽기 바라며 빌려준 책이니 안 읽을 수 없었다. 재미가 있든 없든 알든 모르든, 독서를 일단 시작하면 얻는 게 분명 있다. 스스로의 지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거나, 어려운 개념어를 정확히 이해하며 한 문장을 빠뜨림 없이 읽는 훈련이 되기도 하고, 이전까지 모르던 삶을 접하며 놀라워 할 수도 있겠고.
혁명과 혁명가들. 이건 분명 오늘날 한국에선 천대받는 역사적 사건이다. 또래에 비해 혁명사를 지나치게 많이 그리고 자세히 공부한 축에 속하는 나로서는 아주 익숙한 분야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동안, 잊고 지냈던 격정적인 시대를 다시 생각했다. 이 책은 아마도 현대의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생소한 이야기 겠지만, 우리가 지난 역사를 통해 분명히 배우게 되는 진리 중 하나는, 혁명은 언제 어느 때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프랑스 만세!) 혁명이야말로 인간에게서 드러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추악함, 슬픔과 비극이 탄생하는 사건이다. 그러므로 혁명을 통해서 혹은 혁명을 다룬 소설을 통해서 우리는 더 다양한 인간의 면모를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내 생애 중에 혁명을 경험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우리는 미리 혁명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작품을 통해서.
'빌려주고 싶은 책 아무 거나 좀 빌려줘!'라는 말 한 마디가 참 재밌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책을 받게 되기도 하니까. 이 책도 그런 경우였는데 어떻게든 읽고 나니 이렇게 할 말이 많지 않나. 주환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