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이부르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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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잭 런던 (지식의풍경,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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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인데 우연히 싸게 샀었다. 없는 돈 다 털어서 어떻게든 한 권이라도 더 사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잭 런던의 소설은 읽어본 적 없지만 그의 삶의 이력은 대충 알고 있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미국 빈민층과 노동자들의 삶을 그렸던 작가이고, 삶의 이력도 굉장히 특이하다는 소개를 읽은 기억이 났다.
런던은 떠돌이 점성술사의 아들로 태어나, 양부에게 런던 이라는 성을 물려 받았지만 따뜻한 사랑 같은 건 받아보지도 못하고 어릴 적부터 온갖 일을 하며 자랐다. 22살 되던 해 알래스카에서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향하지만 땡전 한 푼 못 벌고 1년만에 돌아왔다. 1년동안의 경험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실 언뜻 보면 제목이 좀 야한 것 같기도 하다. 나만 그런가? ㅎㅎ

표지 위쪽에 '잭 런던의 클론다이크 소설'이라는 문구가 있어서 '클론다이크'라는 장르가 따로 있는 것인지 의아했다. 왠지 있어보이는 이름이지 않나, 클론다이크. 뭐 책 뒤표지만 들춰 보면 알래스카에 있는 강 이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소설집인데, 첫머리에 '야성이 부르는 소리'가 있고 그 다음이 '불을 피우기 위하여', 마지막 작품은 '북쪽 땅의 오디세이아'이다.
'야성이 부르는 소리'는 감동적이다. '벅'이라는 개가 주인공이다. 그 어떤 개보다 강인하고, 지도력이 있고, 자부심이 높다.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북쪽의 알래스카로 붙잡혀 와 썰매를 끌게 되면서 다양한 인간들과 관계 맺는 과정이 흥미롭다. 영하 30도는 보통인 알래스카, 그곳에서 '추위'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과 개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즐거움이다. 또 소설에서는 다양한 종의 개가 등장하는데 책 읽다가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굳이 찾아보기에는 귀찮았다.
작가 잭 런던의 솜씨가 보다 더 잘 드러났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불을 피우기 위하여'였다. 별 다른 메세지 같은 것 없이 한 남자와 개의 행적을 그린다. 주인공인 남자는 영하 50도의 날씨에 어느 노인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바깥으로 나간다. 그는 강인하고 냉정한 성격에 탄탄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무지막지한 추위는 한 인간의 기민한 판단과 민첩한 행동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추위'가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또 마지막 작품 '북쪽 땅의 오디세이아'도 마음에 들었다. 금광을 찾아 온 두 백인 남자가 등장하면서 시작하지만, 한 인디언이 자신의 과거를 설명하는 부분이 중심적인 줄거리이다. 짧은 회상 속에 알래스카의 고향에서 미국 남부, 일본 북단, 러시아 시베리아, 다시 알래스카로 이어지는 여행의 광대함과 외로움이 잘 와닿았다. 마지막 결말도 내 스타일이었다. 주인공 인디언은 자신의 아내를 첫날 밤에 빼앗아 간 남자에게 복수한 뒤 추위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려 하지만, 복수를 가능하게 해준 어느 백인의 빚을 갚기 위해 거의 죽은 상태로 생환한다. 그의 생환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빚'을 갚기 위해서일 뿐이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야성이 부르는 소리'를 분명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이 작품으로 잭 런던은 '대작가'의 명성을 얻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닥 공감할 수는 없었다. 나는 오히려 '불을 피우기 위하여'가 문학적으로 더 뛰어난 작품인 것 같다. 잭 런던 하면 '강철 군화'가 생각나는데 나중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사거나 빌려서 읽어볼 생각이다.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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