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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인류는... 그러니까 그 결과라는 너나 나는... 돈을 주고 나면 이제 행복할 수 있을까... 안심해도 될까... 그래서 그럭저럭이라도 졸업을 하고... 살고... 겨우 어떻게라도 어디든 대학 같은 델 가고... 눈에 띄지도 않겠지만... 열심히 하고... 해서 면허 같은 걸 따고... 취직을 한다든가... 무난한 옷을 입고... 무난한 취미를 가지고... 절대 남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바람직한 얼굴로 살아가고... 혹시 결혼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유전자를 보존하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면... 행복할까? 물론 그것도 평균 이상으로 운이 좋을 때의 얘기겠지만...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그렇게... 살아도 될까... 행복할까? (87쪽)
적응이 안돼요
다들 결국엔 자기 할 말만 하는 거잖아요
얘길 들어보면 누구도 틀렸다고는 할 수 없어요
왜 그럴까요, 왜 아무도 틀리지 않았는데 틀린 곳으로 가는 걸가요
내가 이렇게 사는 건 누구의 책임일까요
무엇보다
그걸 용서할 수 없어요
60억이나 되는 인간들이
자신이 왜 사는지 아무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거잖아요
그걸 용서할 수가 없어요 (117쪽)
잘 모르겠다. 핑퐁 은, 중간에 쉬었던 기간이 너무 길었다. 3일 정도.
그래서인지, 썩 마음에 닿는 작품은 아니다. 역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최고다. 단편 중에 '카스테라'나 '갑을고시원 체류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핑퐁'은 왠지 장편이 어울리지 않는 작품인 것 같다. 차라리 단편으로 썼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위로'하기보다는 '프로'(레타리아)를 위한 쪽에 가까운 것이 지금까지의 박민규 아니었을까 싶다. '핑퐁'은 애매하다. 위로도 해준다. 위로는 언제 들어도 따뜻하다. 나는 지금 만사 제쳐놓고 행복하지 않으므로, 불안과 두려움과 외로움이 언제나 나를 감싸고 있으므로.
그렇지만... 두번째 발췌 부분의 못의 독백은... 그냥 누구나 간단히 술 한잔 마신 뒤에 신세 한탄 조로 내뱉을 수 있는 말 같은데 왜 이리 마음에 와닿는걸까.
괜히 슬픈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