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논픽션

김예슬 선언,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권고마 2010. 6. 8. 19:43
김예슬 선언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예슬 (느린걸음,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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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중심주의를 깨뜨린 삶의 실천이 없는 상태에서 머리 속에 집중적으로 집어넣는 인문학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나는 나 자신과 친구들과 비판적 지식인들을 접하며 절감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인문지식에도 '한계'라는 것이 있다. 지식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삶과 실천의 흡수능력을 넘어서는 인문학은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을 움직이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가난한 마음이 없다면, 그런 자기내어줌의 실천이 없다면, 그 많은 지식과 진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86~87쪽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선언을 처음 접한 3월,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났다'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왈가왈부, 이러쿵 저러쿵 하며 논쟁의 판을 벌여왔던 걸로 알고 있다. 지금은 이미 그 열기 많이 식은 상태인 것 같다. 여전히 나는 김예슬 선언은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라는 생각을 그만두지 않고 있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건 2008년 봄, 그 광화문과 시청에서다. 당시 대나눔에 무척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 단체를 벤치마킹하고 싶었다. 홈페이지는 거의 하루에 한번 씩 들어가 보았다. 뉴스레터도 꼬박 읽었다. 그들의 에너지는 당시 폭발적이었다. 우연히도 서로의 부스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는 경우가 많아 생생히 목격했다. 그리고,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인상의 그가 김예슬이라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누군가에게서 들었다. 한국 사회에서 이게 대체 얼마만의 '정치 팜플렛'이냐고. 날선 문장들. 소설로 산문으로 블로그로 우회하지 않고, 제 손으로 쓴 대자보를 대학가에 떡 하니 붙이고서는 거기에 제 삶의 살을 붙여 자그마한 책자로 출판했다. 이건 그의 '힘'이다. 그의 글을 읽으며, 내 정치적 신념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녀의 상상, 꿈에 온전히 동의하진 않았다. 배움의 터전인 학교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이반 일리히에게서 큰 영감을 받은 것 같다. 꽤 예전에 대안교육 관련한 책을 읽으며 이반 일리히의 주장을 접했을 때 쉽게 답을 내리기는 힘들었다. 지금은, 동의하지 않겠다고 결론내린 상태다. 난 공화주의자이고, 학교라는 제도적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저자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힘내시라. 당신의 작은 돌멩이는, 나의 삶에 어마어마한 파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