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픽션

남 레 지음, <보트>

권고마 2010. 6. 19. 10:59
보트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남 레 (에이지21,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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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좋은 평가를 주워 들었던 책. 마침 이동도서관에 책이 꽂혀 있어 빌렸다.

베트남 출신의 서른살 청년이 호주와 미국을 오가며 글로 벌어먹고 산다.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호주의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문학잡지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자의 이력을 읽다, 문득 내가 미국 소설을 꽤 많이 읽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줌파 라히리도 쥬노 디아스도 남 레도, 공교롭게도 모두 미국 밖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다. 오늘 막 다 읽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그는 미국인이지만, 이 소설 역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며 출판된 책이다. 의식하지 못한 채 이렇게 많은 미국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땅에서 쓰여지는 소설을 아름답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을까? 라히리, 디아스, 레, 세 작가 모두 제 고향의 상처를 안고(혹은 물려받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묘한 공통점. 


첫 단편은 실망스러웠으나 단편 하나 하나가 더욱 더욱 흥미로워졌다. 첫 단편은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지구촌 곳곳을 배경으로 삼아 이야기를 토해낸다. 콜롬비아 빈민촌, 이란의 수도 테헤란, 원폭 당시의 히로시마. 쉬이 선택하기 힘들어 보이는 무대를 배경으로 긴박감 넘치는 서사를 단편마다 담았다. 그런가 하면 긴장감 넘치는 무대를 배경으로 하지 않은 단편들도 있다. 가장 마지막에 실린 단편이 표제작 '보트'이다. 베트남의 보트 피플들, 엔진이 고장난 보트에 탄 채로 절망의 바다를 헤맸던 현장을 충실하게 썼다. 가슴 아팠고, 잘 쓴 이야기였다. <바리데기> 초반부에서 여주인공 바리(확실한지)가 유럽으로 탈출하기 위해 탔던 배의 장면과 유사하고 그만큼 강렬하다. 이 단편 저 단편에서 가끔씩 문체의 질이 달라지곤 했다. 날카롭고 인텔리적인 느낌의 사진처럼, 기교에 능숙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 '에이지21'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소설가들의 작품집을 번역해내고 있다. 출판사 대표의 이름이 하라다 에이지, 였다. 일본인 인가. 제 이름을 딴 출판사를 차려 한국어로 번역한 소설을 한국에서 내고 있는 건가.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