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픽션

커트 보네거트 장편소설, 고양이 요람

권고마 2010. 11. 13. 16:37

고양이요람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커트 보네거트 (아이필드,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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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걸 느낀다. 하루에 세 편의 독후감은 너무 했다. 첫번째로 쓴 <순례자의 책>은 서평의 모양새를 조금이나마 갖추고 있다. 두번째 <생물과 무생물 사이>는 꼼꼼히 따지긴 귀찮은데 좋은 책이라는 확신만큼은 전하고 싶어, 다짜고짜 결론부터 밝혀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 보네거트의 장편소설이다.
딱히 뭐 "아우, 이게 이게 참, 이게 이렇게 근사해!"라고 외치며 주절주절 떠들 만한 구석이 있는 건 아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 보네거트 특유의 지독한 비관주의는 여전하다는 것? 그 비관주의가 책 읽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지 않는 이유는 마찬가지로 보네거트 특유의 재치와 익살(즉 유머!) 때문이라는 것?

"나는 약 판매원이 아닙니다. 작가예요."
"왜 작가는 약장수가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약장수, 맞습니다. 고발한 대로 유죄입니다." 143쪽
"저는 만약에 새 책, 새 연극, 새 역사, 새 시집 등등이 갑자기 중단된다면, 사람들이 진정으로 각성하리라는 생각이 드는 걸 어쩔 수 없군요." 214쪽
"어떤 시인이 말했듯이, 엄마, 생쥐와 인간의 말 중에 가장 슬픈 것은 '그럴 수도 있었는데.'라는 말이죠."
"정말 근사하고, 정말 옳은 말이에요." 257쪽

그의 원인 진단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이따금 그가 죽은 채로 태어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살아 있는 것들에 그렇게 무관심한 사람은 만난 적이 없소. 가끔 나는 그것이 바로 세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 돌처럼 차갑게 죽어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말이오."(67쪽) 그들이 죽어 있게 된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본래 그렇게 태어난 것일까? 물론, 원인을 밝혀 내자고 보네거트가 소설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네거트는 죽을 때까지 소설을 썼고 거리에 서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게 바로 결론이다. 더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