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픽션

알베르 까뮈 소설, 이방인

권고마 2009. 2. 4. 10:42

이방인
카테고리 소설 > 프랑스소설
지은이 알베르 카뮈 (문예출판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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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에서 나온 전집판으로 사고 싶었는데 그 책은 없었고 마침 문예출판사 책만 있었다. 번역을 까다롭게 신경쓰는 편이어서 많이 망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을 산 이유는, 보시다시피, 표지가 넘 멋지다! ㅠㅠ
그리고 책을 읽어보니 본문 편집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줄 간격 넓고(아마 180%) 글자 크고(아마 11포인트거나 11.5포인트) 왼쪽 오른쪽 위 아래 여백은 다른 책들에 비해 좁은 편이다. 종이의 질감이나 색감도 좋다.
보통 이방인과 같이 싣는 작품은 '페스트'던데 이 책에는 '배교자'라는 단편이 실려 있다. '배교자' 아주 재밌다. 물론 '이방인'이나' 배교자'나 둘 다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좀 어렵기도 했다. 번역은 이삼십년 전 어투가 아주 가끔 튀어나오는 정도이다, '아니할 수 없었다' 같은. 그 외에는 이 어려움이 번역 때문인지 작품이 원래 그런건지 아니면 한 번 읽어서 칠팔십 퍼센트까지 이해하는 것 자체가 원래 무리한 독서법인건지, 잘 모르겠다. 음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어려운 작품인가?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비유가 어렵지도 않았고 상징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줄거리도 역시 간단하다. 어쩌면 나의 어려움은 '이해하지 못함' 때문이 아니라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분위기, 작품의 서사가 품는 메세지의 깊음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감방에서 목사의 멱살을 잡고 토해내는 뫼르소의 말이 소설 전체의 메세지 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것 치고는 1부와 2부가 분절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1부에서 묘사되는 뫼르소의 평범한 생활, 도시의 풍경, 바다, 마리.
그럼에도, 뫼르소가 총질한 것은... 왜 총질했을까? 당대의 사회적 배경을 고려해야 하나? 알제리 독립운동은 언제 활발했었지? 뫼르소는 백인인 게 분명하다. 아니면 이런 고려 없이,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읽으면 되는걸까? 눈이 부셔서?
뭐... 나도 갑작스러운 파괴 충동을 자주 느끼는 편이다. 나 역시 부모의 죽음에 '남들만큼만' 슬퍼할 것이다. 두 번째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중이던 때(1940년에 탈고)에 게다가 제국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양심적이고 젊은 프랑스 백인이 세상 만사에 회의적인 태도였을 거라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나중에 한 번 더, 천천히 읽어보면 참 좋을 것 같다. 지금으로도 아주 부족한 오독을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두번째에는 얻는 게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물론 나는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그러나 그런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건강한 사람은 누구나 다소간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바라는 일이 있는 법이다. 그러자 변호사는 내 말을 가로막았는데, 그는 매우 흥분한 듯이 보였다. ... 그러나 나는 그에게 나에게는 육체적 욕구가 흔히 감정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어머니의 장례식이 있던 날, 나는 매우 피곤해서 졸음이 왔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가 죽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