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픽션

조경란 소설, 국자 이야기

권고마 2009. 2. 4. 10:44
국자이야기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조경란 (문학동네,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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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주이란 표절 공방 사건이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게 아무 것도 없지만 그래도 나는 조경란씨의 소설을 읽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무래도 심증이 굳고 주이란씨와 그녀의 남편의 주장에 성실한 답변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조경란씨와 문학동네 측은 철저히 강자의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되어 읽게 되었는가 하면, 후배가 빌려줘서. ...좋아하는 후배가 빌려준 책인데 안 읽을 수는 없지 않나.  

국자 이야기
나는 봉천동에 산다
돌의 꽃
난 정말 기린이라니까
잘 자요, 엄마
100마일 걷기
입술
좁은 문

읽어보니, 우연이겠지만, 전반적으로 별로였다. 작가에 대한 나쁜 인상과 별도로 문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식의 문체를 원래 싫어한다.
'국자 이야기'와 '나는 봉천동에 산다'는 서울의 대표적인 빈촌인 봉천동에 관한 작품이다. 봉천동에 살고 있는 주인공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 특히 '나는 봉천동에 산다'는 봉천동의 유래를 소개해주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후배 역시 이 작품들을 인상깊게 읽었다고 했다. '난 정말 기린이라니까'와 '입술'은 소재의 참신한 상상력이 인상적이었다.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나라에서 가장 먼저 정리하는 곳이 동물원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입술' 역시 참신했다. 말, 주고 받음, 그것을 소통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흥미롭게 보여준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떤 시점에서 사람은 혼자 살게 되어 있다는 말로 나를 위로했지만 그중에 혼자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100마일 걷기, 141쪽)
말은 그쪽이 건너는 다리라고 생각하세요. 단단한 다리가 아니면 그쪽은 건너지 않을 테니까요. ...난, 내가 하는 말들이 모두 나쁜 씨가 될까봐 겁이 나요. (입술, 180쪽) 

근데 이 책은 2005년에 '한국문화예슬진흥원'의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선정을 대체로 신뢰하는 편이어서 혹시 내가 책을 충분한 정도로 깊이 읽지 못한건가 싶기도 했다. 책을 읽었을 때의 주위 환경도 마음에 걸린다. 지난 일요일 홍대 근처의 두 까페에서 다 읽었다. 까페 이리에서 읽을 때는 의자가 불편한 것과 시끄러운 게 신경쓰였고 커피집 시연에서 읽을 때는 바로 옆에 있는 붉은 적외선 온열기의 조명이 자주 신경쓰였다.
그래도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방인'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