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마
2009. 1. 23. 11:03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 빌려서 읽기로 결정했던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주변의 여러 친구들이 이 책을 추천했었다.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사양, 인간실격'은 표지도 괜찮고 편집이나 종이의 질감도 마음에 들어서 사고 싶을 정도였다.
예상 외로 분량이 짧아서 지하철에서 몇 번 그리고 잠들기 전 잠자리에서 두세 번 읽는 것으로 끝이 났다. 뒤이은 단편 '직소'도 읽어야 한다는 게 귀찮아서 리뷰 쓰는 걸 오랫동안 미뤄두고 있었다. 어제에야 '직소'까지 다 읽었다.
별로 깊이 공감하지 못한 채로 읽었다. 재밌는 작품이지만.. 작품과 독자인 내가 서로 이어져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평소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작품을 대했던 것 같다.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했던걸까?
그렇다고 해서 요조의 생각들이 얼토당토않은 어리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주 예민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착조차 하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의례적인 관계의 기술, 우회적인 화법, 잔인한 무관심 같은 것들을 쉽게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요조만큼은 아니지만 나와는 충분히 다른 그런 사람들을 몇 명 알고 있다.
어쩌면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와 비슷한 맥락의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작품과 작가를 둘러싼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맥락이 매우 유사하다.
자신이 속해 있는 세계의 신속한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게다가 어느 순간 출처를 알 수 없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악마적인 인간들이 자기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 인간들은 이전 시기까지는 나의 친구였고 스승이었고 이웃들이었다. 그들은 따로 떼어놓고 보면 여전히 친구일 수 있고 스승일 수 있고 이웃일 수 있는 인간들이다. 그러나 그 개인 개인이 모인 다수, 다수가 허용하고 승인한 것들은 악마나 다름없는 어떤 것이었다. 다자이는 자살했고, 헤세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하지만 오래 오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