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논픽션

이기호 산문집, 독고다이

권고마 2009. 1. 2. 11:41
독고다이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이기호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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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마 yes24 뉴스레터 보다가 알게 됐다. 얼마 전 이기호의 두번째 소설집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를 읽고 그의 새 소설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설은 아니지만 산문집을 최근에 한 권 내놓았다는 걸 알자마자 바로 샀었다.
그림을 그린 분 이름이 강지만 이다. 책 표지의 런닝 입은 얼굴 동그란 아저씨도 강지만씨가 그렸다. 작은 사이즈의 책은 글 셋에 그림 하나 꼴로 이어진다. 그림은 왼쪽 페이지에만 실려 있는데 오른쪽 글과 관련이 있어서 그림을 먼저 보고 오른쪽에 실려 있을 글의 제목은 무엇일까 혼자 이리저리 생각해보는 게 나름 재미있었다.
여러 사람들의 평이 좋은 책인데 사실 나는 그 정도로 좋지는 않았다. 아마 30대 후반, 갓난 애기와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30대 후반 남자 소설가의 한국 사회에 대한 한 쪽 짜리 산문들, 어느 사람은 참말 기발하다고 하고 어느 사람은 참 재밌다고 하는데 기발한 글도 있고 재밌는 글도 있긴 있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소설가의 시선이니만큼 사물에 대한 나와 다른 생각이나 생각치 못한 사고 방식이나 풍경과 인물에 대한 기막힌 묘사를 기대했다. 그래서 적어도 글 3개에 한 번 꼴로 감탄이 터져 나올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가끔 아주 새로운 생각을 담은 글이나 풉 하고 웃음이 터지는 글이 있어서 좋았다. '작가의 국경'은 내게 하는 말 같기도 했다. 일본 소설이 서점에 쭉 진열된 걸 보면 배 아프고 슬퍼서 잘 안 읽는데, 이기호씨 말로는 "작가란 마치 적십자 회원과도 같은 것이어서, 언어에는 국경이 있지만, 세계관에는 국경이란 것이 있을 수 없다. 문학은 본질적으로 날 것의 인간을 다루는 장르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국경은 무의미"하댄다. 맞는 말이고 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한국의 젊은 소설가가 이렇게 말하면서 가리지 말고 열심히 읽으시라니까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
'삼천포로 빠지다', 작가들은 삼천포(지금의 사천시)를 자주 다니는 모양이다. 이젠 잘 안 가려나. 아주 가슴에 콱 박힌 문장이 있었다. "올해까진 버틸 수 있는데, 그 다음은 모르겠어. ... 모두 비슷한 처지였다. 올해까진 버틸 수 있는데, 내년은 알 수 없는 처지들." 이, 이, 이. 이를 꽉 물고 가슴이 분노와 서글픔으로 동시에 젖어드는 느낌이었다.
글으로 알게 되는 이기호, 라는 소설가, 그 개인이 참 괜찮은 사람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광주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는 그가 어서 소설책을 한 권 내주기를 바라고 있고 그 정도 되면 문학동네 정도 되는 출판사들이 흔쾌히 내줄 것인데, 아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