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픽션

김영현 소설, 날아라 이 풍진 세상

권고마 2008. 12. 17. 01:17
날아라이풍진세상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김영현 (한겨레신문사,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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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책 에서 산 책이다. 홈페이지가 있다고는 하는데 주소를 입력하면 안 나온다. 홈페이지 운영은 그만두신 것 같다. 하긴, 신촌역에서 그리 멀진 않지만 길이 조금 복잡하다. 홍대 쪽으로 향하는 그 동네 지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면 미리 전화번호를 적어두고 신촌역에서 내려서 길을 물어봐야 찾아갈 수 있을 정도이다. 나야 신촌 근처에서 산지 5년이 넘었으니까 슬슬 홍대 근처도 동네처럼 느껴지고 숨책 정도면 마을버스 타고 나가서 나들이할 만하다.
헌책방을 다니지 않았다면 이 책을 만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공선옥씨의 '내 생의 알리바이'도 마찬가지이다. 공선옥씨 정도 되면 책도 많이 냈고 고정적인 독자층이 꽤 있으므로 블로그든 어디서든 그의 책에 대한 리뷰나 언급을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알게 된들 그녀의 최근작부터 사보려고 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읽으려고 하지 어중간하게 중간 쯤 나온 단편소설집을 사서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샀던 날도 박민규의 '카스테라'가 꽂혀 있어서 '이 거 사면 분명 선물을 하든 다시 읽든 할텐데, 아 어쩌지'라는 생각과 '그래도 난 읽었으니까, 안 읽은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 게 더 좋을거야'라는 생각이 한참을 충돌했다. 번역 문제 때문에 외국 문학은 거의 안 사는데 그날따라 한국 문학에서 살만한 책이 잘 눈에 띄지 않아 외국 문학 코너에서 오랫동안 헤매기도 했다.
결국 얼마 전 '조경란-주이론 표절 공방 사건' 당시 프레시안에 아주 속 후련한 글을 기고한 실천문학사 '김영현' 대표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의 소설을 선택했다.  

1998년 말에 나온 소설이다. 1998년 초부터 한겨레에 연재한 것을 모으고 고쳐서 냈다고 한다. 1997년 말 한국을 덮쳤던 IMF 한파 당시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다.
사실 아름답다고 보긴 힘들고 문학적으로 뛰어난 소설이라고 보기도 무척 어렵다. 진부한 비유와 진부한 표현이 심심찮게 눈에 띄고 인물 사이의 대화도 어색함을 간간이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이나 집에서 책을 읽다가 순간적으로 울컥 하거나 혹은 가슴이 답답해는 경우가 잦았다. 왜냐하면 소설 속 인물들과 인물들이 살아가는 배경이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에 쉽게 이입할 수 있었고, 등장인물들의 고민과 삶의 모습이 10년이 지나도 옛날 일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 친구나 친구의 부모님 이야기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별로 변한 게 없었다. 게다가 내년이면 공황이다 IMF보다 더 심한 경제위기가 올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는데 심각한 문제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국민경제에 위기가 닥칠 때 그 구성원들의 삶이 어떻게 되는가를 문학을 통해 생생하게 접해보고 나니 더 답답해졌다. 이 소설이 그 당시에도, 그리고 10년이 지난 2008년에도 의미가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10년동안 시급이 2천원 올랐다. 물가는 얼마나 올랐나, 등록금은 얼마나 올랐나.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