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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품집

권고마 2008. 11. 15. 10:25
칼자국외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김애란 (해토,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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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 김애란 / 칼자국
수상작가 자선작 , 김애란 / 큐티클
기수상작가 자선작 , 박민규 / 낮잠 

추천 우수작
김도연 / 북대
김윤영 / 내게 아주 특별한 연인 3
백가흠 / 그런, 근원
손홍규 / 푸른 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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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 / 삼도노인회 제주여행기 

2007년 작품집을 무척 재밌게 읽어서 2008년도 작품집도 도서관에서 빌렸다. 2007년 수상자가 박민규씨였고 첫번째 추천 우수작이 김애란씨였는데 올해는 김애란씨가 상을 받았다. 빌려놓고 목차를 살펴보니 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하나인 김애란, 그에 대한 몇 가지 글이 덤으로 실려 있다. '김애란의 문학적 자전'과 '내가 만난 김애란 1', '내가 만난 김애란 2'. 1은 소설가 김중혁이 쓴 글이고 2는 그의 쌍둥이 언니 김애연씨가 쓴 글이다. 김애연씨도 글을 참 잘 쓴다.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작품은 박민규의 '낮잠'이었다. 2007년도 수상작 '누런 강 배 한 척'은 그의 이전 작품들과는 많이 다르다. 문장을 단락 띄우기로 끊는 솜씨라든가 웃음이 픽 하고 나오는 매력적인 문장은 여전했지만 주제의 무거움과, 그 무거운 주제를 대하는 작가의 태도는 예상 밖이었다. '낮잠' 역시 비슷하다. 나이 든 사람들의 이야기. '아버지'로 살아온 늙고 초라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와, 정말 박민규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 여러 문학 잡지에 이미 실은 단편을 묶은 소설집은 아니면 좋겠다. 장편소설이면 좋겠다!

다시 일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가는 직장인들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진심에 나는 좌절했었다. 그토록 지긋지긋했던 그 삶이,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이었다니. 언젠가 퇴직을 하면, 하는 상상으로 33년의 직장 생활을 견뎌내지 않았던가. 내 삶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삶이란... 무엇일까. (낮잠, 71쪽)

김애란씨의 '큐티클'은 이전 작품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20대 후반 젊은 도시 직장인 여성이 주인공이다. 도시의 삶에 대한 기막힌 표현들이 마구 공감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조금 식상한 느낌도 든다. 이전의 두 소설집을 워낙 재밌게 읽었고 공감하는 부분이 무척 많았던 터라, 여전히 그런 감각이 날카롭게 살아있는 작품이지만, 이젠 조금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게 된달까.

이런저런 곁눈질과 시행착오 끝에 가까스러 얻게 된 한 줌의 취향. 안도할 만한 기준을 얻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던지. 상품 사이를 산책할 때 나는 엄격한 동시에 부드러운 사람이 됐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데서 오는 여유. (큐티클, 37쪽)

선배는 만나자는 말에, 처음에 당황하다가 곧 약속을 잡자고 했다. 귀찮을 법도 한데, 성공한 사람으로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자기 위치가 싫지 않은 눈치였다. (큐티클, 47쪽)

백가흠씨의 작품은 처음 읽어 본다. 여러 책에서 그의 이름은 자주 접했는데. 그의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속된 말로 좀 싸가지 없는 느낌? 근데 작품을 접해보니 인상적이다. 문체도 매끄럽다. 주인공 근원의 삶이 생생하다.

한가지 궁금한 것. 이효석 문학상은 대체 어떤 상이지? 이미 발표된 젊은 작가들의 단편 소설 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