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픽션

루이스 세뿔베다 소설,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권고마 2008. 11. 14. 10:27
갈매기에게나는법을가르쳐준고양이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기타국가에세이
지은이 루이시 세쁠베다 (바다출판사,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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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처리점에서 구한 책이다. 산지 한 달 넘었다.

오늘 저녁 공부방에 가기로 했는데, 마침 한 아이가 어제 생일이었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미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서 하루 늦은 오늘에라도 하자고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다. 그래서 금요일 오기로 되어 있는 선생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아이에게 줄 생일 선물 하나 챙겨 오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가 줄 선물은 책 밖에 없는데 아이들에게 줄만한 좋고 쉬운 책을 생각하니 이 책이 당장 떠올랐다. 사실 이 책 외에는 동화책 한 권 없다.

선물하는 책인데 내가 읽지도 않고 주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몇 시간 전에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나는 삽화가 들어간 소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여러 고양이들의 생김새를 그림으로 확인하는 게 꽤 재밌었다.

"이런 오징어 먹물 같은 일이 있나! 지금 바다에서는 너무나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나는 종종 인간들이 전부 미쳐버린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곤 한다네. 인간들은 바다 전체를 거대한 쓰레기통쯤으로 생각한다니까. 한번은 엘바 강의 바닥을 청소한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많은 오염물질이 파도에 쓸려왔었는지 아마 자네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걸세. 세상에, 거북이 등껍질 같으니라고! 살충제, 화학물질, 고무 타이어, 플라스틱 음료수 병 등 모두가 하나같이 인간들이 쓰고 버린 것들이었지 그런데 그 양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기가 막힐 노릇이었어." (108쪽)

세풀베다 답게 자연에 대한 이야기가 이 소설의 굵직한 주제이다. 더불어서, 주인공 고양이 소르바스와 자상한 꼴로네요, 용감한 바를로벤또, 민첩한 세끄레따리오, 지혜로운 사벨로또도, 마지막으로 그들 모두의 자식인 갈매기 아포르뚜나다(행운아라는 스페인어)의 대화를 통해 인간에 대한 통찰을 흥미로운 형식으로 들려준다.

... 인간들이란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인정하지도 않을뿐더러 인정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은 그런 예를 잘 알고 있었다. 돌고래의 슬픈 운명이 대표적인 예이다. 돌고래들은 지혜롭게 행동을 해서 인간들과 친해졌다. 그러자 인간들은 돌고래들을 잡아다가 수중 전시장에 가둬두고 어릿광대 짓을 강요했던 것이다. 그 밖에도 인간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지혜로움을 발휘했다가, 결국 비참한 신세로 전락한 경우도 허다했다. 예를 들자면 지혜로운 동물인 사자들과 커다란 몸집의 펠리컨들도 철창 우리 안에 갇혀 살면서, 어떤 얼간이가 입 속에 주먹을 밀어 넣어도 꼼짝없이 복종해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된 것이다. 앵무새도 마찬가지다. 하루 종일 새장 안에 갇혀서 어리석기 짝이 없는 바보짓을 노상 되풀이할 뿐이다. 그런 이유로 인간과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은 고양이들로서는 매우 위험한 짓이다. (131쪽)

작가는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쉽고 재밌다. 8세부터 88세까지 읽을 수 있는 '철학 동화'라는 홍보 문구는 좀 심하게 오버스럽긴 하지만,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함부르크 라든가 유럽의 여러 지명이 초반부에 등장하는 건 아이들이 읽는 데 방해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