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은 소설집, 신선한 생선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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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은 이라는 작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책. 미래의 여러 가지 가능성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첫사랑'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프레시 피시맨
쎄일즈맨의 하루는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
메모리
길
우주괴물 엑스트로
스물다섯의 그래피티
그리운 박중배 아저씨
미확인비행물체
'박범신이 읽는 젊은 작가들' 김종은 편에서 텍스트로 삼은 작품이 '프레시 피시맨'이다. 그래서 곧 김종은 편을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해설이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마지막 단편 '미확인비행물체'는 뭔가 김종은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 같은데 좀 어렵다. '이게 뭐야...' 그런 말이 저절로 나왔다.
그래서 나는 '쎄일즈맨의 하루는'과 '그리운 박중배 아저씨'가 좋다. '스물다섯의 그래피티'도 재밌는 표현이 많다, 이야기는 좀 별로였지만. '쎄일즈맨의 하루'는 지하철 행상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을 다룬 소설은 처음 읽어본다. 아직 서사화되지 않은 신선한 소재이다. '그리운 박중배 아저씨'는 성북역 선로 근처에서 자주 출몰하는 두 소년이 기관사 박중배 아저씨와 친해지는 이야기이다. 20대가 된 두 소년이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이다. 세 단편은 다른 단편들과 다른 느낌을 준다. 네오 카프로서의 김종은이 쓴 작품들인 것 같다.
청년 김의 말투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정씨가 일러준 대로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연습한 그였다. 문제는 사람들의 무관심이었다. 사람들은 무관심했다. 일정하게, 한결같이, 같은 모습으로, 무관심했다. 학생들은 모두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고, 정장 차림의 사내들은 색색의 신문을 읽고 있었다. 몇 몇은 졸고, 몇몇은 부루퉁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커먼 창을, 마치 임종을 기다리는 노인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청년 김을 부르는 승객은 없었다. 그럼에도 짐짓 설명 중간 예 알겠습니다, 기다리세요,란 말을 끼워가며 열중했던 그는 주문처럼 술술 쏟아져나왔던 자신의 말들에 서글픔을 느껴야만 했다. (쎄일즈맨의 하루는, 61쪽)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 '우주괴물 엑스트로'는 10쪽도 안 되는 매우 짦은 단편이다. 흥미롭긴 하지만... 그래도 좀 긴 단편들을 싣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메모리'와 '길'은 소재도 참신하고 문체도 좋았는데 결정적으로 제목이 좀 그렇다. 제목과 내용이 뭐 연결은 되겠지만 좀 더 어울리는 제목을 붙이면 좋았을 것 같다.
아직 잘 모르겠다, 김종은이라는 작가를. 조금 애매한 것 같다. 74년 생이면 '젊은 작가'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등단도 일찍한 편이다. 뭣보다 90년대 초반 학번들은 학생운동의 후퇴기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라 사회적인 문제들에 좀 무관심하거나, 관심이 있다 해도 치밀하고 정열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나랑 열살 넘게 차이가 나니까 아무래도 세대 차이도 있고.
그래도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 이기호, 김종은, 선후배 관계인 두 작가의 작품들.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