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픽션

박민규 장편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권고마 2008. 9. 5. 02:54
삼미슈퍼스타즈의마지막팬클럽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박민규 (한겨레신문사,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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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처음 나와 2006년까지 22쇄라고 하니 아마 지금은 더 많이 팔렸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이 그 정도나마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다는 게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암울하고 갑갑하고 팍팍한 한국에 단비가 내린 것 같은 느낌이다.

오래 전부터 괜찮은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막상 손이 가지는 않았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남들 다 하는 건 굳이 하고 싶지 않다는 알량한 자존심 말이다. 더불어 그 때는(사실 난 비로소 최근에야 책을 읽고 있다)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그러다 오랜 벗이 서울에 올라왔고 한 달에 2~3번 주말에 만나 책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 친구는 소설을 참 많이 읽는 친구였는데 이 책이 정말 재밌다며 꼭 읽어보라고 했다. 나는 책을 가지고 있냐구 물었고 없다는 대답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친구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참 재밌고, 유쾌하지만, 그러나 결코 팔랑팔랑하게 가볍지 않은 소설이었다. 온통 프로가 된 세상에서, 치기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잡기 어려운 공은 잡지 않으며 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온통 유쾌하지만 아래의 메모에서 보듯 우리의 삶과 현실은 전혀 유쾌하지 않다.

작가는 학교 다닐 적에 데모 몇 번 나갔을 법 하지만 딱히 학생운동을 하진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아래의 메모에서 보듯, 현실에 대한 그의 직관과 적절한 비유는 너무 멋지고 명확해서 마음에 쏙 든다. '프로'나, '중산층과 서민층과 세상의 온갖 지층'이나, '부유층에는 지랄에 가까울 정도로 노력하거나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 노력한 얼굴들이 묻혀 있어야 할 터인데, 16살의 내 머리로도 왠지 그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구절이 그렇다. 삼천포에서 보낸 시간을 표현하는 구절들은 내가 지난 농활에서 느꼈던 것과 똑같았다. 물론 많은 농민들은 자식의 교육비 때문에 계절마다 쉬지 않고 새로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삼미 슈퍼스타즈처럼 살기란 작품의 주인공이 그랬듯 삼미의 세례를 받기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먹기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왠지 모르게 그렇다. 자식 교육비만 아니면 훨씬 적은 돈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 난 애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생겨도 사교육 같은 건 전혀 감당하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5천 이하의 보증금이라도 있어야 전세집에서 살 수 있으니까 그 것만 해도 깜깜할 정도로 높은 벽이긴 하지만.

'지구영웅전설' 역시 유쾌한 소설이지만 삼미-처럼 그 속에 아주 무거운 것을 담고 있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박민규씨의 작품 중에서도 유독 훌륭한 작품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