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논픽션

귀가 솔깃해지는 뻔뻔한 '남자론' : 시오노 나나미 지음, 남자들에게

권고마 2011. 4. 22. 15:25
남자들에게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복지 > 여성학 > 남성학/남성문제
지은이 시오노 나나미 (한길사,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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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어차피 그 여자를 안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이고, 여자가 남자의 매력을 느끼는 것은 역시 그 남자 품에 안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일 것이다.
머릿속에 든 것이나 용모도 이런 종류의 건전한 욕망을 보강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건전하고 자연스럽고 인간의 본성에 가장 충실한 이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그 사람이 가진 매력이다.
인텔리 남자가 섹시하지 않은 것은 보강하는 정도밖에 안 되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찮을 것을 하찮은 것이라고 잘라 말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 없다. 그뿐인가. 그럴듯한 이유를 얼마나 잘 생각해 내느냐에 전력을 집중하기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남자들에게 '수컷'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89쪽

화제가 빈곤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경우를 주위에서 본다. 그러나 화젯거리가 전혀 없는 사람이란 있을 수 없다. 공통의 화제가 없거나, 아니면 정신적 연대가 없는 사람들끼리 말하니까 그렇다. 같은 직장,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말이 끊이지 않을 만큼의 화젯거리는 있다. 그러나 '같은 세계'를 공유하기에 꼭 필요한 '같은 언어'를 가진 관계란 연애와 비슷해서, 한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과 몇 번이나 맛본 행복한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는 것같이 느껴진다. 281쪽

참 뻔뻔한 책이다. 이 사람, 여자이지만 스타일에서는 '마초'에 가깝다. 와이셔츠, 넥타이, 커프스 단추 같은 것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하다가도 남자 나이 서른과 마흔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하는 대목이 불쑥 등장한다. 어느 대목에서는 귀가 솔깃해져 '그럴싸한데, 새겨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일단 그녀 본인이 학벌 같은 것에 기대지 않고 혼자 힘으로 지금과 같은 대작가의 위치에 올라섰다. 자신의 작업에 대해서 느끼는 프로페셔널함과 자부심 만큼은 대단하다 싶었다.
그냥 심심풀이로 읽을만한 책이다.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고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하고, 이런 이야기에 그렇게 열심히 귀기울일 필요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