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논픽션
우리의 '말'에 주목하기 : 엄기호 지음,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권고마
2011. 4. 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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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받은 책. 엄기호씨의 이전 책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도 재밌게 읽어서 꽤 기대하고 있었다.
이전 책보다 좋다. 저자 본인이 대학에서 20대 초반의 학생들을 만나 말을 나누고 함께 읽은 결과물이다. 무대는 주로 연대 원주캠퍼스와 덕성여대. 특히 원주캠 학생들의 이야기는 마음 아팠고 그리고 신선했다. 명문대 간판을 내건 지방캠퍼스 대학생들의 심정, 그들의 현실 이라니. 이걸 뭐라 말해야 하나. 자기 학교 간판 신경쓰지 않는 학생이 열 중 셋이나 될까? 굉장히 죄송스럽고 주제넘은 말이지만 사실일 것 같다.
저자는 스스로 옳다 생각하는 바, 스스로 생각하기에 도움이 되겠다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학생들이 말하고 쓴 언어를 함께 밀고 간다. 별 생각없이 툭툭 두리뭉실하게 내뱉는 그들의 말들이 모여 만들어낸 현실을 드러낸다. 참 흥미롭고 훌륭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김예슬씨의 자퇴 선언과 관련한 학생들의 이야기는 값지다. 우리끼리 그냥 투털대는 것에 그치고 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 스스로에게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적나라하다. 이렇게 솔직하고 진심이 가득한, 오늘날 대학 사회의 핵심에 가장 근접해 있는 책은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전 책보다 좋다. 저자 본인이 대학에서 20대 초반의 학생들을 만나 말을 나누고 함께 읽은 결과물이다. 무대는 주로 연대 원주캠퍼스와 덕성여대. 특히 원주캠 학생들의 이야기는 마음 아팠고 그리고 신선했다. 명문대 간판을 내건 지방캠퍼스 대학생들의 심정, 그들의 현실 이라니. 이걸 뭐라 말해야 하나. 자기 학교 간판 신경쓰지 않는 학생이 열 중 셋이나 될까? 굉장히 죄송스럽고 주제넘은 말이지만 사실일 것 같다.
저자는 스스로 옳다 생각하는 바, 스스로 생각하기에 도움이 되겠다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학생들이 말하고 쓴 언어를 함께 밀고 간다. 별 생각없이 툭툭 두리뭉실하게 내뱉는 그들의 말들이 모여 만들어낸 현실을 드러낸다. 참 흥미롭고 훌륭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김예슬씨의 자퇴 선언과 관련한 학생들의 이야기는 값지다. 우리끼리 그냥 투털대는 것에 그치고 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 스스로에게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적나라하다. 이렇게 솔직하고 진심이 가득한, 오늘날 대학 사회의 핵심에 가장 근접해 있는 책은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반려' 혹은 '동반'이 무엇인지를 이들은 경험할 수가 없다. 모텔이나 비디오방과 같은 '빈 공간'은 오로지 섹스만을 위한 도구적 공간이다. 여기에는 '살림'이라는 것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삶의 공간을 함께 가꾸어가면서 그 사람과 나를 알고 공동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경험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인데도 이들에게는 공동의 공간이 아예 없다. 같이 상상하고, 같이 성찰하며, 같이 만들어가는 공간에서만 서사가 가능하다. 그런데 함께 가꿀 삶의 공간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사랑을 '서사'로 만들어갈 수 있겠는가. 삶이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것이 되었는데 어떻게 사랑이 임시적이지 않을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임시적인 사랑, 그것은 왜 또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163쪽
같은 질문을 던지는 공동체가 오래 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의 좌파들이 가장 못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질문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해답에서 입장의 동일함을 찾으려다 결국 돌아서고 찢어지는 것 말이다. 우리는 '우리'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일을 도모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인 출발점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란 푸코가 말한 것처럼 질문에 앞서 '우선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질문의 결과', 그것도 '불가피하게 임시적인 질문의 결과'이다. 따라서 '우리'란 끊임없이 생산되고 해체되어야 하는 그 무엇이다. 질문을 공유하는 것은 차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의 공유는 더 많은 다른 답들을 생산한다. 질문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이 다른 답들을 환영한다. 그것이 나에게 더 많은 영감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해답의 공유가 같아져야 한다는 폭력이라면 질문의 공유는 차이에 대한 생산이며 다른 것에 대한 절대적인 환대이다. 242쪽
저자는 학생들의 이야기들 속에서 함께 헤맨 뒤 스스로의 결론을 조금 내놓는다. 그 결론에 사회과학적인 대안이나 논리적인 주장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것 -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혹은 서 있음의 자세), 세상과 스스로를 대하는 윤리, 저자 본인과 자신의 학문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겉도는 말, 헛된 삶'이었나 '헛된 말, 겉도는 삶'이었나. 저자의 학문적 화두라고 한다. 문화인류학자로서 아주 근사한 화두라는 생각이 든다.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작업을 해보고 싶고, 이런 작업을 도와줄 수 있는 언어와 방법론을 제시해줄 것 같기 때문이다.
다음 책도 기다리게 됐다. 우리 시대의 주목할 만한 젊은 지식인 중 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