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논픽션
세상사 결국 사람과 돈 : 시오노 나나미 지음, 십자군 이야기 1
권고마
2011. 8. 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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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재밌다. 350쪽 가까이 되는 책을 네다섯 시간 동안 한 번에 읽었다. 일본의 한 지리연구소에서 제작한 11세기 후반 유럽과 소아시아, 중동 지역 지도가 적절하게 수록되어 있어 무척 편하다. 전체 3권으로 기획되어 있고 현재 1권만 출간된 상태다.
저자의 이전 저작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다. 이 저작만으로도 그녀가 역사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고 관심을 갖는지 느껴진다. 신분과 가문이 한 인간의 가치 대부분을 결정하는 시대에 냉철한 지략과 자신의 매력 만으로 목표한 바를 이뤄 나가는 남자들. 십자군 이야기에서도 권모술수, 음모, 미끼와 함정 등 오늘날 정치 사회와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다.
예전에는 정치 사회의 이런 모습들에 환멸을 느꼈다. 거기에 가치 판단을 해선 안 되는 거라고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나 자신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고, 매일 신문을 읽으면서, 결국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세상 모든 일은 결정적으로 사람과 돈을 필요로 한다. 우리 마을에 불이 나 주민들이 천막에서 잠들고 열댓 명의 아이들이 방 한 칸에서 살아가는 현실을 해결하려면 마찬가지로 사람과 돈이 필요하다. 1차 십자군 원정에 참여한 유럽의 귀족들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신앙심에 불타오르는 사람이든, 자기만의 왕국을 세우려 했던 사람이든.
1차 십자군 원정에 참가한 이들은 애초의 목표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여러 귀족들이 예루살렘 인근에 자신의 영지를 가졌고 예루살렘에는 새로운 왕국이 세워졌다. 저자는 성공의 요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자기 나름으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게 인상 깊었던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십자군 지도자들의 능력 자체가 대체로 뛰어났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들 사이의 신뢰 혹은 유대가 이슬람 귀족들보다는 단단했다는 것. 강력한 유대는 두 가지 요소 덕택이었다. 첫 번째로는 지도자들이 십자군 원정에 자신의 형제나 조카와 동행했다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결국 가장 믿을 만한(혹은 가장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가족인가 보다. 두 번째로, 그들의 대의명분이 역사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뚜렷하고 강력했기 때문이다. '성지' 예루살렘을 '이교도'의 손으로부터 되찾아 오는 일.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베네치아 공화국에 대한 그녀의 책도 읽어볼 생각이다. 베네치아는 피사, 제노바와 무엇이 달랐을까. 무엇이 그 도시들을 서로 다른 길로 이끌었을까.
저자의 이전 저작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다. 이 저작만으로도 그녀가 역사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고 관심을 갖는지 느껴진다. 신분과 가문이 한 인간의 가치 대부분을 결정하는 시대에 냉철한 지략과 자신의 매력 만으로 목표한 바를 이뤄 나가는 남자들. 십자군 이야기에서도 권모술수, 음모, 미끼와 함정 등 오늘날 정치 사회와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다.
예전에는 정치 사회의 이런 모습들에 환멸을 느꼈다. 거기에 가치 판단을 해선 안 되는 거라고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나 자신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고, 매일 신문을 읽으면서, 결국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세상 모든 일은 결정적으로 사람과 돈을 필요로 한다. 우리 마을에 불이 나 주민들이 천막에서 잠들고 열댓 명의 아이들이 방 한 칸에서 살아가는 현실을 해결하려면 마찬가지로 사람과 돈이 필요하다. 1차 십자군 원정에 참여한 유럽의 귀족들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신앙심에 불타오르는 사람이든, 자기만의 왕국을 세우려 했던 사람이든.
1차 십자군 원정에 참가한 이들은 애초의 목표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여러 귀족들이 예루살렘 인근에 자신의 영지를 가졌고 예루살렘에는 새로운 왕국이 세워졌다. 저자는 성공의 요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자기 나름으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게 인상 깊었던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십자군 지도자들의 능력 자체가 대체로 뛰어났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들 사이의 신뢰 혹은 유대가 이슬람 귀족들보다는 단단했다는 것. 강력한 유대는 두 가지 요소 덕택이었다. 첫 번째로는 지도자들이 십자군 원정에 자신의 형제나 조카와 동행했다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결국 가장 믿을 만한(혹은 가장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가족인가 보다. 두 번째로, 그들의 대의명분이 역사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뚜렷하고 강력했기 때문이다. '성지' 예루살렘을 '이교도'의 손으로부터 되찾아 오는 일.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베네치아 공화국에 대한 그녀의 책도 읽어볼 생각이다. 베네치아는 피사, 제노바와 무엇이 달랐을까. 무엇이 그 도시들을 서로 다른 길로 이끌었을까.
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