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픽션
'보기 드문 것'을 '자유롭게' 풀어내다 : 최제훈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
권고마
2011. 12. 1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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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밌는 소설집이다. 출간 당시 한겨레21에 실린 신형철 씨의 서평을 읽은 적이 있다. 주목할 만한 동시대 젊은 작가가 나타났다고 찬사를 보낸 걸로 기억한다. 이 소설집은 작가의 첫 단행본이다. 첫 작품집이 이 정도면, 앞으로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8편의 단편소설로 이뤄져 있다. 이 소설집은 여러모로 재밌고 흥미롭다. 표제작 <퀴르발 남작의 성>은 이 소설집 전체의 독특함을 가장 특징적으로 드러낸다. 마치 영화처럼, 여러 시공간으로 나뉜 장면들이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8편의 단편소설로 이뤄져 있다. 이 소설집은 여러모로 재밌고 흥미롭다. 표제작 <퀴르발 남작의 성>은 이 소설집 전체의 독특함을 가장 특징적으로 드러낸다. 마치 영화처럼, 여러 시공간으로 나뉜 장면들이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93년 서울 K대학교 강의실, 교양과목 <영화 속의 여성들>
1932년 미국 뉴욕, 소설 <퀴르발 남작의 성> 작가 미셸 페로와 편집장의 대화
2004년 일본 도쿄, 영화 <퀴르발 남작의 성>을 리메이크한 영화 <도센 남작의 성> 감독 인터뷰
2006년 네이버 블로그, 영화 <도센 남작의 성> 리뷰
1952년 미국 마이애미, 영화 <퀴르발 남작의 성> 여주인공과 영화 제작자의 통화
1952년 미국 LA, 영화 <퀴르발 남작의 성> 남주인공과 그 애인의 대화
2005년 한국 뉴스데스크, '미국의 엽기 식인 행각' 보도
2000년 인천 M대학교, 학생의 리포트
1951년 미국 할리우드, 영화 <퀴르발 남작의 성> 제작자와 감독 에드워드 피셔의 대화
1953년 미국 잡지, 영화 <퀴르발 남작의 성> 리뷰
1897년 프랑스, 자네트 페로 할머니와 손주들
1697년 프랑스, 르블랑 부부와 딸 카트린느
1932년 미국 뉴욕, 소설 <퀴르발 남작의 성> 작가 미셸 페로와 편집장의 대화
2004년 일본 도쿄, 영화 <퀴르발 남작의 성>을 리메이크한 영화 <도센 남작의 성> 감독 인터뷰
2006년 네이버 블로그, 영화 <도센 남작의 성> 리뷰
1952년 미국 마이애미, 영화 <퀴르발 남작의 성> 여주인공과 영화 제작자의 통화
1952년 미국 LA, 영화 <퀴르발 남작의 성> 남주인공과 그 애인의 대화
2005년 한국 뉴스데스크, '미국의 엽기 식인 행각' 보도
2000년 인천 M대학교, 학생의 리포트
1951년 미국 할리우드, 영화 <퀴르발 남작의 성> 제작자와 감독 에드워드 피셔의 대화
1953년 미국 잡지, 영화 <퀴르발 남작의 성> 리뷰
1897년 프랑스, 자네트 페로 할머니와 손주들
1697년 프랑스, 르블랑 부부와 딸 카트린느
시공간을 거침없이 옮긴다. 이 짧은 단편소설에는 최초의 사건, 200여 년이 흘러 탄생한 구전 설화, 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소설을 각색한 영화, 그 영화를 다시 각색한 영화가 나온다. 모두 가상의 텍스트일 것이다. 원작이 어떻게 변용되고, 그것을 후대의 누군가가 해석하고, 그 해석이 정전으로 굳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한편으로 하나의 예술 작품은 단 한 사람의 창작자의 손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드러낸다. <예술사회학>에서 소개된 하워드 베커의 '예술계' 개념이 구체화된 셈이다. 이런 걸 두고 상상력의 영토가 넓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배포가 크다고 해야 하나. 한국 작가로서는 보기 드문 자질이다.
가상의 텍스트를 실제로 있는 것마냥 취급하는 것은 명백히 보르헤스적이다. <셜록 홈즈의 숨겨진 사건>은 명백히 메타 소설의 테마를 띤다. 이 단편은 코난 도일이라는 소설가의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탐정 셜록 홈즈가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소설이다. 소설에서는 코난 도일이 쓴 탐정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다. 소설을 읽는 독자는 실제로는 소설가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를 자신의 소설 주인공으로 탄생시켰다는 사실을 안다. 코난 도일이 쓴 탐정 소설 <셜록 홈즈>를 읽는 독자의 현실이 있고, 탐정 셜록 홈즈가 소설가 코난 도일의 사망 사건을 조사하는 소설 속 현실이 있고, 그 소설 속 현실에 셜록 홈즈가 자신의 주인공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암시되는 코난 도일의 '소설'이 있다. 그리고 이 '소설 속 현실의 소설'은, 독자가 현실에서 보는 바로 그 <셜록 홈즈>이다. 얼핏 보면 소설과 현실이 뒤죽박죽이다. 이런 테마는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
<괴물을 위한 변명>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다시 쓴 작품이다. 그런데 작중 화자는 그런 사실을 자연스럽게 밝히며, 원작자 메리 셸리 여사와 전화 통화도 한다. 현실과 가상을 흥미롭게 뒤섞어 놓았다. 작중 화자의 말로 짐작컨대 이 단편 소설은 작가가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바치는 오마주다.
<그녀의 매듭>은 이런 테마를 현실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그린다. 무엇을 선택한 나와 선택하지 않은 나가 모두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두 명의 나가 어느 순간 하나로 매듭져 지는 순간을 익숙한 솜씨로 보여주고 있다. 평소 우리는 소설의 현실 또한 단 하나라고 가정한다. 그러므로 단 하나의 사실만이 굳건히 존재하고, 한 인물은 하나일 뿐이며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집의 해설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녀의 매듭>의 뒤엉킨 현실과, 동시에 공존하는 여러 자아를 애써 사실과 허구로 판결한다.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과연 작가가 이 소설에서 단 하나의 현실과 단 하나의 진짜 자아를 가정하고 이야기에 복잡한 장치와 함정을 심어놓은 걸까. 나는 이 소설의 문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읽었다. 그리고 뛰어난 설득력을 가진, 재밌는 환상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해설(하나든 여럿이든)이 소설 단행본에 포함되는 행태는 때로 위험하다.
<마리아, 그런데 말이야>와 <그림자 박제>도 매우 흡입력 있는 작품이었다. 앞의 주제 의식을 이어나가면서 새로운 소재로 변주한다. 소설집이 전체적으로 참신하다. 전반적인 주제들도 보기 드문 것이지만, 나아가 이를 자유롭게 풀어낸다. 짧지만 강렬한 소설집이다. 앞으로 계속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