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브루스 바콧 지음 / 이진 옮김 / 살림 / 2009

2008년 미국에서 출판된 책이다. 한국에서는 2009년 출판되었다.
우석훈씨의 블로그에서 소개받은 책이다. 책에 추천의 글도 실려 있다. 몇달 동안 핸드폰 메모장에 저장돼 있었다. 어느날 도서관에 구입 신청을 했고, 깔끔한 새 책 두 권이 들어 왔으며, 첫 대출자가 되었다. 책 안에는 살림지식총서 팜플렛이 들어 있었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벨리즈, 책 읽으며 처음 접했다. 구글 맵을 살펴 보니 과테말라 오른쪽에 있는 작은 나라다. 그런데 네버 검색 키워드로 벨리즈의 역사, 지리, 관광, 등등... 이것저것 자동으로 뜬다. 왜 그런가 하고 살펴보니 신혼여행 관광지로 꽤 유명한 모양이다. 벨리즈는 고대 마야 문명이 번영했던 곳이어서 유적을 살펴 보기 위한 관광객이 적지 않다. 그러나 벨리즈가 진정으로 자랑하는 것은 바로 '생태 관광'이다. 주홍 마코앵무새를 보기 위해서, 샤론의 동물원에서 재규어를 보기 위해서 해마다 전 세계에서 1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몰려 든다. 벨리즈 국토의 40% 가까이 생태 보존 지구로 지정되어 있고, 열대 기후에 속해 온갖 동식물이 살아가고 있다. 주홍 마코앵무새(현존하는 조류 중 기억력과 사고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가 사는 마콘 강은 세계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완벽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곳이다. 먹이사슬의 최하위부터 최상위까지 완벽한 형태로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맥과 재규어 그리고 악어가 함께 살고 있는 곳이 바로 마콘 강이다. 
그런데 벨리즈 정부가 이 강에 댐을 짓겠다고 한다. 댐이 건설되면 주홍 마코앵무새는 벨리즈 땅에서 멸종될 것이고, 중미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한 백인 여성, 샤론 마톨라가 주홍 마코앵무새를 지키기 위해, 강을 지키기 위해 힘겹게 투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브루스 바콧은 1990년대 후반부터 샤론의 투쟁을 곁에서 직접 지켜 본 뒤 글을 썼다.

샤론의 투쟁은 스케일이 장난 아니케 커져 간다. 미국 천연자연보호협회의 도움을 얻고, 캐나다 현지로 투쟁을 떠나기도 한다. 그녀의 동물원은 워낙 유명해 해리슨 포드며 영국 왕가의 앤 공주며 아주 글로벌한 인물들이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그녀와 알고 지낸다. 그러나 벨리즈 정부와 언론 역시 만만치 않은 곳이었고, 댐 건설과 관계된 포티스라는 캐나다의 수력발전 전문 다국적기업의 활약 역시 놀라웠다. 그녀의 투쟁은 점점 더 긴박해진다. 결국 영국 추밀원으로 까지 법정 투쟁이 이어진다.
이 책은 로맹 가리의 <하늘의 뿌리> 처럼, 제3세계 혹은 개발도상국에서 자연을 지키고 생태를 보존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실 나도 어렵다고 생각하는 문제다. 마콘강을 보며, 혹은 새만금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들과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 걸까? 샤론은 변호사들과 자신의 동료들에게 통계와 수치 대신 '자연'을 이야기해달라고 호소한다. 맥을, 재규어를, 주홍 마코앵무새를 이야기해줘! 그러나 그들도 알고 나도 안다, 맥과 재규어와 앵무새로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제3세계 국민들은 '실제로' 댐이 경제성이 없다는 것, 댐 건설과 관련해 정부와 다국적기업 간의 비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될 때에야 비로소 귀 기울여 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정녕 맥과 재규어와 주홍 마코앵무새로는 댐 건설을 막을 수 없는 것일까?
벨리즈 정부와 포티스의 활약은 한국 정부와 건설 재벌들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저 작은 나라 벨리즈에서도 이토록 힘겹게 진행된 일이 한국에서는 아마도 부지기수로 쉽게 진행되어 왔고 또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4대강의 결과가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4대강 정도로 스케일이 큰 사업이기에 이렇게 나마 주목을 끄는 것이지, 저기 어디 지방에서 진행되는 개발 같은 것에는 아마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채 그러려니 하고 말 것이다. 모두가 돈, 돈, 돈 하는 것은 벨리즈나 한국이나 다를 바 없다.

때로는 지구의 운명이 너무도 암울하고 피할 수 없는 것이어서 다 잊어버리고 될 대로 되라고 말하고 싶다. 제6차 대멸종을 주도하는 세력은 너무도 막강한 재력과 권력을 앞세우고 있어서 그들과 싸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너무도 무시무시해서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미쳐버릴 지경이다.
그런데 가끔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있음을 일깨워주는 희귀한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들은 정치인이거나 과학자들이 아니다. 대부분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여성이거나, 오랜 세월에 걸친 혹독한 경험과 집요한 탐구로 스스로 전문가가 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웅덩이에서 갈색 흙탕물을 퍼 와서 그 물 안에 뭐가 들었냐며 귀찮은 질문을 퍼부어대는 사람들이다. 정부의 비밀계약 따위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 데서나 나서고 그 누구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들을 한다. 그들은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만약 정부에서 누가 그런 발언권을 주었냐고 물으면 버럭 화를 내면서 나는 이 지구를 걸어다니고 이곳에서 숨을 쉬고 있기 때문에 말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22쪽
 
샤론 같은 사람은 드물고 특이할 뿐 아니라 때로는 신경에 거슬린다. 그들은 절대 고분고분하지 않다. 끼어들고 휘젓고, 그저 미소나 짓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러나 그 미소는 사악한 행동들을 감추기 위한 것일 뿐이다. 나는 꽤 오랫동안 선한 행동이 언젠가는 보상을 받는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즉 옳은 일을 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모든 일이 잘 해결되고 이 세상은 전반적으로 공정하고 바르고 지혜로운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뼈아픈 경험들을 통해서 그런 교훈을 얻고도 굴하지 않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놀라곤 한다. 그들은 계속 싸운다.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운다. 물론 그들도 완벽하지는 않다. 그들은 위대한 영웅도 아니다. 그저 우리처럼 복잡한 인간일 뿐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그들이 필요하다. 그들이 없는 세상은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470~471쪽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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