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아이들의세대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 각국사회/문화 > 한국사회/문화
지은이 우석훈 (뿌리와이파리, 2005년)
상세보기

현재 절판된 상태.
신촌 홍익문고, 대학로 이음책방, yes24, 알라딘 을 뒤졌는데 모두 책이 없단다.

이 책을 기를 쓰고 찾았던 이유는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아는 모든 지인들에게, 이제 막 아이를 낳고 키우는 선배들에게, 서울의 모든 부모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 번 '직선들의 대한민국'도 그랬지만 쓸데없이 발췌가 길어지는 것은 중.고등학교 교과서로 배워야할법한 지극히 필요한 것임에도 그의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히려 발췌를 일찌감치 대충 하는 걸로 마음을 먹었다. 책 전체를 읽혀야 된다, 반드시! 오죽했으면 내가 뿌리와이파리 출판사 홈페이지 찾아가서 이 책 2쇄 빨리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글까지 남겼을까.

책이 나온 것이 2005년인데 이 3년동안 이미 아픈 아이들의 세대가 시작된 셈이다... 

물론 요즘 서울시가 '대체녹지'라는 이름으로 듬성듬성 만들어놓은 인위적인 녹지는 녹지로서의 기능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녹지는 산소발생 기능과 같은 단순 기능만이 아니라 적어도 다람쥐와 설치류 정도의 포유로까지는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자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을 때 비로소 녹지라고 할 수 있다. (17쪽)

서울숲이 떠오른다. 그게 숲이야? 이게 숲이야? 숲인데 흙은 어딨어? 왠 돌 천지야? ...

최악인 지역은 광화문 일대다. 세종로의 꽉 막힌 사거리는 울산이나 여수에 있는 산업단지의 대형 공장이 배출하는 것만큼의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위험지역이다. 몇 년 전에 실측기를 가지고 계산한 바로는 광화문의 오염도는 거의 울산의 공장 인접지역에 해당한다. 현재 오염도가 제일 높은 곳은 서울시청 앞 광장이다. 나무가 없는 공터에 휑하니 있는 이곳은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경북궁 앞의 열린광장 혹은 운현궁보다 미세하지만 더 열악한 수치들을 보여준 적이 있다. (23쪽)

촛불집회 때문에라면야 어쩔 수 없지만, 절대 시청 광장에서 휴식을 취한다거나 데이트 같은 건 하지 마세요!! 

그러나 특히 0세부터 5세까지의 나이에 집중되는 호흡기질환과 이로 인한 사망률 곡선 앞에서, 서울시와 구청, 정부가 앞으로 3년 내에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내놓고 있는 정책들을 맨 앞에서 검토하는 것이 일이고 공부였던 내가 이제 태어날 내 아이를 위해서 결심할 수 있는 것은 딱 한 가지다. 이제는 이 곳을 떠날 때다.
이것은 탈출이고, 그 중에서도 긴급탈출이다. (30쪽)

피엠텐으로 인한 피해를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토피 아동들의 통계지만, 정부는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발생하는 피부성 질환'이라는 아토피에 관한 공식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경기도 광주의 한 소아과 의사가 직접 조사한 바에 의하면 초등학생의 2/3, 그리고 중학생의 1/3이 아토피 증상을 앓고 있다는 것과 같은 산발적인 증언과 단편적인 자료만이 떠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서울시의 피엠텐 문제는, 어쨌든 경제를 살리겠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내세우고 있는 각종 건설계획과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들겠다는 역시 건설사업인 서울시의 공약사업이 기존의 누적된 문제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아무도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고 아무도 대책을 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 딱한 상황이다. 그야말로 전적으로 부모의 선택과 판단에 맡겨져 있는데, ... (143쪽)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아픈 아이들의 세대'가 생겨날 것이라는 점은 이론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저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온갖 질환에 시달릴 것이고, 이 아픈 아이들이 적어도 아토피로 시달리는 것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부모들은 고통 속에서 생협의 유기농 식품으로 식단을 꾸리게 될 것이다. ... 잠깐만 상상을 해보자. 이 아픈 아이들의 세대가 초득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야말로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는 것만으로 일종의 선택받고 축복받은 인생을 살게 되는, 예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질 거라고 상상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144쪽) 

이 절대적 수용능력도 문제지만, 사실 지금 가장 심각하고도 결정적인 것은 바로 속도의 문제다. 서울시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고밀도 개발 방식의 고층빌딩이 생태적인 안전판 없이 진행된다거나 하는 것들도 궁극적으로는 문제를 야기하겠지만,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고 누구도 고려하지 않았던 대재앙이 '아픈 아이들의 세대'라는 형식으로 발생하게 된 것은 결국 속도 때문이다. 수돗물, 폐기물, 교통 문제 등 곧 터질 듯 터질 듯한 위기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넘겨운 서울시에서 피엠텐이 먼저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것은, 교통, 즉 배기가스에서 발생해 누적되어온 피엠텐이 미처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을 뉴욕의 압축판으로 바꾸려는 변화가 너무 급격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151쪽)

Posted by 권고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