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과의인터뷰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복지
지은이 로버트 K. 레슬러 (바다출판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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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지 몇 달 되었다. 홍대 후마니타스 책다방 주차장에서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책 장터에서 사온 책이다. 추리수사물 미국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무척 재밌게 읽을 것이다. 원제는 WHOEVER FIGHTS MONSTERS.
요즘은 프로파일링 기술이라는 게 범죄 수사에서 상식적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군 헌병대 수사장교 출신으로 FBI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심리학 비스무리한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대략 이해한 바로 심리학적 프로파일링(범인신상분석) 기술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들과 심층 인터뷰를 하며 그들의 성장 배경, 성격 등이 살인 사건의 형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자료를 수집하고 새로운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현장의 증거들을 토대로 범인에 대한 정보를 유추하는 기술을 말한다. 특히 이 방법은 연쇄살인 사건 수사에 유용하다. 저자는 'serial killer(연쇄살인범)'이라는 단어를 고안해내기도 했다.
연쇄살인범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정신이상자인 경우(비조직적 범죄자)와 그렇지 않은 경우(조직적 범죄자)다. 정신이상자들은 공통적으로 정신분열증과 피해망상을 가지고 있고, 범죄 형태와 규모도 극도로 잔인하다. 그들의 정신 상태를 짐작해 낸다면 범죄 패턴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정신이상자가 아닌 경우, 얼마 전 스웨덴의 학살 범죄자도 이 부류에 포함될 것 같은데, 그들 대부분은 이성적으로 판단할 줄 알고 자신의 범죄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이들은 첫 범죄에서는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법이 교묘해져 체포가 힘들다.
어느 정도는 자화자찬이 농후한 책이지만 꽤 흥미롭기도 하다. FBI라는 거대 관료조직 안에서 새로운 수사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꾀를 짜내며 분투하는 모습이라든가, 수감된 연쇄살인범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빠지기 쉬운 심리적 함정과 조심해야 할 점을 자신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대목 등이 생생하다.
미국의 연쇄살인 사건들은 한국인들에게 아직 스펙터클한 남의 일로 여겨지는 편이다. 그렇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들은 앞으로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일어날 것 같다. 팍팍한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무기력은 분노와 증오로 이어지기 쉬울 테니까.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

2011.7.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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