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김앤장신자유주의를성공사업으로만든변호사집단의이야기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임종인 (후마니타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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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에 출판된 책이다. 2쇄에 이어 3쇄까지 1월 중으로 나왔다. 3쇄 째 나온 책 한 권이 후마니타스 주차장 책 장터에 올라왔고 내 수중에 들어왔다. 김앤장 김앤장, 이름은 자주 들었는데 대체 무엇이 어떻게 문제인지 호기심이 일었다. 글쓴이 중 임종인 전 의원(당시 현직 의원)의 이름을 보게 된 것도 책을 고르는 데 한몫 했다. 그는 내가 꽤 신뢰하는 정치인이다. 

김앤장은 국내 1위의 법률 집단이다. 사실 김앤장이라는 조직을 정의할 단어가 마땅찮다. 김앤장은 법률적으로 로펌(법무법인)이 아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로펌으로 등록하지 않아 2005년 로펌별 변호사 숫자 순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김앤장은 사실 국내 1위로, 2009년 10월 말 현재 국내변호사 253명과 외국변호사 84명이 일하고 있다. 2위의 두배 가까이 되는 숫자다. 김앤장은 스스로를 개인 법률사무소의 연합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김앤장은 하나의 조직으로서 사건을 맡는다. 로펌이나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식으로(불법적으로) 스스로를 위장하고 있을까? 저자들이 보기에 주된 이유는 조직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법인으로 등록하게 되면 기업이 주식 시장에 상장할 때처럼 주요 내부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김앤장은 내부 정보를 나서서 공개한 적이 없다. 지금껏 알려진 것은 의원들과 언론이 파악해냈거나 간접적으로 알려진 내용 뿐이다. 

이 대목이 바로 이 책을 내게 된 가장 중요한 동기이기도 하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너무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집단이 한국 사회에서 벌이고 있는 활약(?)에 비해 아는 게 너무 없다. 2008년 1월까지 그들의 활약을 간단히 나열해보자. "2007년 5월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 사건 변호. 2006년 구속 수감되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변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수할 때 법률자문. 진로그룹 대 골드만삭스 분쟁과 SK그룹 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 당시 양 소송 당사자를 모두 변호. 대북 송금 사건의 현대그룹 측 변호. 대선자금 수사 때 LG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한화그룹 대리.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변호. 두산그룹 비자금 수사에서 박용성 전 회장 변호.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으로 경영권 불법 승계 과정 변호."(16쪽) 그러나 언론사마저 그들을 쉽게 파헤치지 못한다.

그 사례로 경향신문사의 시사주간지 <뉴스메이커>가 김앤장에 무릎 꿇은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2006년 12월 <뉴스메이커>는 김앤장에 대한 문제 제기성 기사를 게재했다. 김앤장은 발표 전 어떻게 소식을 알고서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무시하고 기사를 게재하자 10억 대의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2007년 1월 긴 사과문과 정정 보도를 게재하며 <뉴스메이커>는 무릎을 꿇었다. 비슷한 시기 KBS 탐사보도팀 역시 김앤장을 취재하고 있었다. 김앤장은 취재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취재가 계속되자 <뉴스메이커> 때와 같은 변호사가 김앤장의 대리인으로 선임되어 대응했지만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방영되었고 2007년 말 한국 방송대상을 수상했다. 그 뒷이야기는 원문을 직접 발췌한다. "그 후 몇 개월이 지나 김앤장은 다시 KBS 취재팀을 찾았다. 역시 술 한잔 하자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태도가 달랐다. "KBS 취재도 끝나고, 상도 받았으니 홈페이지에 있는 자료를 삭제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어떤 자료 말입니까?" "김영무 변호사가 600억을 번다는 자료 말입니다." "사실인데 왜 삭제합니까, 못 합니다."(184쪽) 

여기까지만 해도 책 내용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정작 중요한 내용, 즉 그들이 그렇게까지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면서 무슨 일을 해왔는지는 책을 직접 읽어보는 게 훨씬 낫다. '임앤장(임종인.장화식)'은 마지막 장에서 자신들의 문제제기를 간단히 요약한다. "이 책에서 우리가 김앤장의 문제라고 본 것은 (...) 최소한 불법은 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기존의 법이 지향하고 있는 취지와 법 정신을 무시하는 작위적 법 해석과 농단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정부라고 하는 공적 영역의 인사와 정책을 부정한 방법으로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부정한 돈을 버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는 것, 영리사업을 하더라도 그 합당한 투명성과 책임성의 원리는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고작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사회정의, 국민인권, 공공성 실현에 앞장서지 않아도 좋으나 법률가로서 기본과 상식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243쪽) 

김앤장과 관련된 정보를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3년 반 동안 일이 많았을 것이다. 그동안 관련 서적이 더 출판되었는지, 언론은 무엇을 더 알아냈는지. 론스타게이트와 관련해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정영진 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현재도 궁금하다. 최근 김앤장은 엠씨몽씨의 병역 비리 사건을 변호했다. 책에서 그들은 개인 소송을 거의 맡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사건을 맡은 걸 보면 수임료도 어마어마했을 것이고 국민적 관심이 향하고 있는 사건에 공개적으로 나설 정도로 자신감이 여전한가 보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신화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긴다'고.

책 한 권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동안 여러 언론에서 론스타게이트니 뭐니 해서 시끌벅적한 걸 보고도 골치 아픈 일일 거라 지레 짐작하고 관심을 껐다. 이런 일일수록 시민 개인의 관심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격언이 있다고 한다. 나와 내 주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잠들지 않아야 할 것이다. 카프카도 그랬다. "오직 한 사람, 적어도 한 사람만은 깨어 있어야 한다"고. 나는 과연 잠듦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두렵다.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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