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회학순수예술에서대중예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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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빅토리아 D. 알렉산더 (살림,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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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드라큘라』와 함께 친구에게 선물 받은 책이다. 강의 교재로 구입했다고 한다. 교재로 쓸 만한 책이라는 걸 단번에 알았다. 640쪽이나 되는 두께에 제목부터 그냥 ‘예술사회학’이다. ‘살림’ 출판사에서 낸 책이라 첫인상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잘 아는 출판사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책을 내는 곳 정도로 생각해두고 있었다. 예술사회학이라, 이삼 년 전 친구가 관련 과목을 수강하면서 참 재미있다고 말하던 기억도 있다. 한 번 읽어보지 뭐.
 
몇 달 전 읽었던 『경제인류학을 생각한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두 책은 비슷한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로 역사가 그리 오래지 않은 학문의 개론서라는 점. 예술사회학 역시 이론적 뿌리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예술과 사회는 어떤 식으로 관계 맺고 있는가?’ 가장 흔히 사용되는 두 가지 시각, 관점(메타 이론)이 있다. 예술은 사회를 반영한다는 ‘반영적 접근’, 예술이 사회를 형성한다는 ‘형성적 접근’. 당장 내 블로그 리뷰 몇 편 대충 뽑아 읽기만 해도 두 접근 방식을 뒤죽박죽 어지럽게 사용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곁가지로 새는 이야기 하나. 이론서를 읽고 나면 좋은 점 하나는 확실히 있다. 평소 ‘내 것’이라 여겨온 관점이나 가치관이 이미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온 것이며 그것을 사회 속에서 학습하고 체화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뭐라 말하기 힘들었던 생각 덩어리들이 개념으로 정리되면서 이름 붙여진다. 이론과 개념은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따져볼 수 있게 도와주는 아주 유용한 도구이다. 나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의 말과 글도 역사적, 논리적으로 볼 수 있게 돕는다.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아주 강력한 사고의 틀이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그 틀은 세상을 일반화하여 이해하기 쉽게 도와준다. 하지만 일반화의 작업 공정에서 눈에 들지 못하거나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져 잘려나간 사물, 현상, 세계 를 소홀히 여기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론과 현실은 심각할 정도로 어긋나 버린다. 그러므로 사람은 평소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새로운 주장과 증거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둘째로 비슷한 점은 자기 학문에 대한 애정 어린 믿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맨 마지막 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개인적으로 조금 감동적이었다). 학문이란 본래 그런 건가 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서로의 영역을 두고 다투기도 하고, 자기의 존재 의의를 증명하려 애쓰기도 한다. 이제 갓 자기 길을 개척하는 새 학문은 신선하고 반짝이는 주장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만큼 섣부르고 위험하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접근 방식(‘반영적 접근’과 ‘형성적 접근’)은 쉬운 만큼 단순하게 대상을 해석한다. 예술도 사회도 단일한 대상으로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둘이 직접 관계를 맺을 수도 없다. 예술가(창작 집단), 예술 작품 자체, 소비자(수용자), 그리고 사회(적 맥락)를 모두 고려해야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균형 있게 볼 수 있다. 사회학자 그리스올드 는 이런 접근 방식을 다이아몬드로 도식화하고 ‘문화의 다이아몬드’라고 이름 붙였다. 한 눈에 들어와 이해하기 쉽다.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자리 잡아 다시 떠올리기가 무척 용이할 것 같다.
 
이 다이아몬드의 왼쪽은 예술의 생산 측면을 담고 오른쪽은 소비 측면을 담는다. 저자는 각 측면에서 예술(문화)가 어떻게 사회와 관계 맺는지 풍성히 보여준다. 다양한 연구를 빈번히 소개 및 인용하고 있다. 덕택에 이해가 빠르고 흥미를 북돋는다. 또한 각 장 끝에 관련 사례를 자세히 소개한 다음 몇 가지 토론거리를 달아 놓았다. 수업용으로 무척 유용할 것이고 작은 공부모임에서도 쓰기 좋다. 토론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내용을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정리하느라 끙끙 대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일 게 분명하다.
 
그래서 나 역시 혼자 끙끙대며 내용 요약 하려는 마음은 접고 나중에 친구들과 다시 공부하는 것으로 미룰까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혼자 요약하려면 서너 시간은 넘게 걸릴 게 분명하다. 시간도 모자라고, 거기다 조금 귀찮기도 하고.
 
나와 내 친구들은 대체로 문화적 취향이 풍성하다. 이미 관련 계통에서 일을 시작한 친구도 있고, 나 역시 예술계의 일원으로 일해 볼 생각을 갖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읽으면 뜻하지 않은 영감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꼭 다시 읽고 싶다.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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