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제대로 쓰고 싶은데. 장정일 씨의 글을 읽고 났더니 갑자기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북 칼럼, 독후감, 서평, 독서일기. 그래, 어쨌든 써 놓는 게 중요하다. 

기본소득. 저자 최광은 씨가 브라질에서 만든 기본소득 소책자를 번역해 놓으셨다. '기본소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가가 모든 국가 구성원에게 일정 정도의 현금을 지급하자는 거다.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고, 일하든 일하지 않든, 아무런 조건 없이. 브라질에서는 이미 기본소득법이 제정되었고 재정이 마련되는 대로 시행될 예정이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한 마을에서는 실제로 기본소득 정책이 집행되었고 그 결과를 연구한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미국의 알래스카는 재원 마련에서는 차이점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유사한 정책이 시행 중이다. 독일은 기본소득 논의가 가장 활발한 나라이다. 

나는 정치철학의 맥락에서 기본소득을 이해했었다. 자본주의는 쉼 없이 그 구성원들을 배제하면서 통합한다. 이를 '배제적 통합'이라고 부른다. 한국 헌법은 대한민국을 공화국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공화주의의 원리가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 '배제적 통합'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이 배제적 통합을 근본적인 지점에서 한 단계 해소할 수 있다.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으므로 누구를 배제하지 않는다. '내가 가난해서가 아니라 공화국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받는 것이다'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권리 개념이다. 이는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보편적 복지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일정 정도의 현금 급여는 실제로 부자를 제외한 구성원들에게만 이득이 된다. 기본소득과 필연적으로 병행되어야 하는 조세 제도 개혁 아래에서 부자들은 기본소득이 도입되더라도 실제로 이득을 보지 못할 것이다. 월 100만원을 버는 사람에게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경제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투표날 생계 때문에 일해야 하는 서민들 입장에서, 월 50만원의 기본 소득은 투표하러 갈 시간을 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줄 수 있고, 더구나 공화국 구성원으로서 주인 의식을 갖게 만들어 투표 의욕을 북돋을 수도 있다. 

기본소득은 굉장히 논쟁적인 개념이다. 특히 현대 한국에서는 더 그렇다. 그치만 온갖 추측과 우려를 다 떠나서 나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놓고 보자면, 나는 기본소득의 열렬한 지지자이다.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정당에 투표할 것이고, 그 당원의 당원이 될 것이다. 5년 전만 해도 무상급식이 지금 이렇게 전국적으로 도입될 줄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 돈이 모자라다, 부잣집 애들한테 줄 이유 없다,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았던 게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치만, 거봐라, 도입할 수 있댔잖아. 필요하고 정당하다면 해야 하는 것이고, 실제로 가능하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제 기본소득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도입할 수 있다. 10년 쯤 뒤에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거봐라, 내가 기본소득 도입할 수 있댔잖아"라고.  

모두에게기본소득을21세기지구를뒤흔들희망프로젝트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복지
지은이 최광은 (박종철출판사,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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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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