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가난뱅이의 역습> 저자 마쓰모토 하지메 씨와 더불어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反빈곤 활동가이다. 고교 졸업 이후 프리터(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성인을 지칭하는 말)로 지내다 우익 단체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우익 록밴드 보컬로 활동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 헌법 전문을 우연히 읽은 것을 계기로 진보적 성향으로 바뀌었다. 현재는 일본의 반빈곤네트워크 부대표로 활동하며 저술 활동과 사회 참여 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원제는 IKISASERO! 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나, 번역서 제목보다는 나을 듯하다. 이 책은 저자 세대의 프리터 및 반빈곤 활동가 들의 인터뷰집이다. 학문적인 분석이나 어려운 개념어는 찾아볼 수 없다. 2000년대 초중반 일본의 보통 청년들 - 영화에 꿈을 품고 아르바이트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청년,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결국엔 홈리스가 되고 말았던 이들, 만화방에서 살아가는 사람 까지 구체적인 개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는 제목이긴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프레카리아트’라는 단어는 아직 대중적이지 않다. 푸른숲 출판사에서 내는 엄기호 씨의 저작의 제목 같은 형태로 지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근데 또 단행본 제목을 검색해 보면 '프레카리아트'라는 단어 자체가 매우 드물다. 희한하다. 길게 본다면 나쁘지 않은 제목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문화생산물에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았다. 실제 일본 사람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 그들의 가난은 어떤 형태로 펼쳐져 있는지 참 많이 몰랐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런 실제의 삶을 들려준다는 데 있다. 더불어, 불안해진다. 한국 사회에도 분명 일본 못지않은 가난과 빈곤이 만연해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가족이 개인의 삶을 보호하는 것도 점점 힘에 부친다. ‘빈곤한 삶’ 역시 늘어나고 있을 텐데, 원서가 나온 2007년 당시의 일본보다 사회적 논의는 더 부족해 보인다. 최근 ‘기본소득’ 담론이 놀라울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사회적 요구가 잠재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왜 홈리스까지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일인가. 애초에 그것부터가 이상한 것이다. 하고 싶은 일과 미래의 인생이 교환된다는 것은 너무 잔혹하지 않은가.
미하라 군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온 직후부터 성실하게 일해온 사람들과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요.”라고 하는데, 확실히 성실하게 일해온 사람들은 훌륭하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꿈을 좇아온 사람들도 그와 동등하게 훌륭하지 않은가. 다른 사람의 2배는 일하고 있는데. 그렇게 열등감을 느낄 필요는 없지 않을까. 116쪽
지방으로 가면 1년 동안 2,000시간 일해도 최저 임금이 생활 보호 기준액에 미치지 못합니다. 격차론이 근래 성행하고 있지만 격차란 상대적입니다. 양극화, 상류 하류, 승자 패자, 전부 상대적입니다. ‘격차가 아니라 빈곤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 쪽의 주장입니다. 138쪽

직역 위주로 번역해선지 아주 가끔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책표지 이쁘고 내용 알차고 메시지 시의적절하다. 술술, 쉽게 읽힌다. 책을 보여주자 관심을 가진 친구가 여럿 있었다. 얼른 빌려줘야지. 

‘멘탈계’는 정신적인 병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인 어감을 피하기 위해 근래 들어 사용하는 명칭이다. 177쪽, 옮긴이 주석
“지금 제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단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긍정하는 태도입니다. 한편으로 보면 생의 동기 부여가 사라져가고 있달까요.” (…)
스스로가 살아 있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지 못하고, 자부심을 가질 무언가를 찾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는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거기에 바로 애국이나 야스쿠니 신사 같은 것이 스며들게 된다는 것. 그것을 히노 씨 또한 지적한다. 애국이나 야스쿠니는 ‘의미 있는 생’을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239쪽


프레카리아트,21세기불안정한청춘의노동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복지
지은이 아마미야 가린 (미지북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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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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