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바다 - 지구의 바다를 점령한 인간의 창조물

찰스 무어, 커샌드라 필립스 지음 | 이지연 옮김 | 미지북스 | 2013년



어느 사회에서든 몇몇 사람들은 세상의 어떤 일을 문제라고 여기고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동료 시민들에게 무엇이 문제인지를 설명하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무심한 동료 시민들이, 즉 우리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실제로 행동을 바꾸는 경우는 흔치 않다. 우리가 다 감당하기에는 세상에 너무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인 찰스 무어는 바다를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나이가 들어 가구 수리점 일을 그만두고 작은 시민 단체를 설립한, 범선을 타고 항해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1997년 어느 날 북태평양을 항해하던 그는 우연히 어떤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태평양 한가운데의 외딴 바다에 색색의 플라스틱 조각이 수프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항해에서 돌아온 뒤에도 그는 자신이 본 장면을 잊지 못한다. 결국 그는 바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결심한다. 이 결심이 훗날 해양 오염에 관한 전 세계적인 패러다임을 바꾸게 된다. 


『플라스틱 바다』는 바다를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이 해양 과학자이자 환경 운동가가 되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흥미진진한 논픽션이다. 무어 선장은 정부와 학계의 외면을 무릅쓰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 바다 한가운데 얼마만큼의 플라스틱이 있는지, 출처는 어디인지, 플랑크톤과 닮은 플라스틱 조각이 해양 생태계에 아무런 피해를 미치지는 않는지 파헤쳐 나간다. 지인들을 수소문하여 전문가들을 만나고 학계의 신뢰를 얻기 위해 과학적인 조사 계획을 설계하고 함께 탐사 항해를 떠날 동료를 모집한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선명한 메시지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과학을 통해서 정책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짧은 영화 한 편과 다섯 쪽짜리 학술 논문이 그의 무기였다. 


이제는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여러 사실들이 알려져 있다. 플라스틱이 해양 환경의 독성 화학 물질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는 사실이 일본의 연구자들을 통해서 밝혀졌다. 참치와 고래 같은 포식자의 먹이가 되는 샛비늘치가 플라스틱 조각을 플랑크톤으로 착각해 삼킨다는 사실이 무어 선장의 조사로 증명되었다. 이로써 플라스틱이 해양 먹이사슬을 타고 이동하며 화학 물질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플라스틱은 단지 보기 흉한 쓰레기가 아니라 생명체를 중독시키는 오염 물질이었던 것이다. 


무어 선장의 여정을 숨 가쁘게 따라가는 동안 누가, 왜 플라스틱을 만들었는지, 플라스틱이 현대인의 생활양식에 어떤 과정을 거쳐 침투했는지를 알게 된다. 대형 화학 기업들이 플라스틱 오염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여론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도 알 수 있다. 현장감 넘치는 논픽션을 좋아하는 사람,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 직업인으로서 쓴 기고. 분량을 정해놓고 쓰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두어 번 해 보니 좋은 경험이 된다. 앞으로 혼자서도 가끔 해 볼까 싶은데 과연. <기획회의> 354호(2013. 10. 20.)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과학이다(언제나 최선의 과학인 것은 아니지만). 과학과 함께 강력한 여론까지 보태진다면 정책 변화를 더 강하게 추진할 수 있다. 정책이 피해를 주고 있다거나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면 법률을 이용해 변화를 꾀할 수 있다. 무연 휘발유와 페인트, 담배, DDT나 PCB 같은 유독 화학 물질과 관련해서 우리가 이미 목격한 것처럼 말이다.(198쪽)




플라스틱 바다

저자
찰스 무어, 커샌드라 필립스 지음
출판사
미지북스 | 2013-09-2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북태평양 한가운데, 고기압의 영향 아래 바람과 파도가 잔잔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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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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