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 에롤, 듀크

2014. 6. 3. 01:51


요 한 달 동안은 피아노, 심벌, 콘트라베이스, 딱 세 악기만 있는 노래에 꽂혀 있다. 시작은 Claude Bolling의 <Count on him>이란 노래였다.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 <A Tribute To My Favorites>는 노래마다 각기 다른 재즈 뮤지션에게 헌정되어 있다. <Count on him>은 카운트 베이시를 위한 노래다. 마침 이 노래를 듣기 한 달 전쯤에 카운트 베이시의 앨범 몇 장을 무한 반복으로 돌려 들은 적이 있다. 덕분에 <Count on him>을 들으면서 노래 곳곳에서 카운트 베이시의 멜로디를 들을 수 있었다. 세 악기의 간소한 구성에서 오는 편안함과 아늑함. 콘트라베이스가 노래를 가볍지 않게 만들고, 심벌이 리듬에 안정감을 부여하고, 피아노가 경쾌하고 신 나게 돌아다닌다. 요즘은 이런 노래와 함께 춤추는 게 즐겁다. 사람을 가만 있질 않게 만드는 타격음과 악기 소리로 가득 차 있는 노래에서는 그저 정신을 놓고 춤추게 된다. 물론 신 나고 즐겁지만, 비유하자면 런닝머신 위에서 느끼는 속도감과 비슷하다. 주위의 풍경을 살피거나 나와 상대의 몸을 느낄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다. 


아쉽게도 Claude Bolling의 <A Tribute To My Favorites> 앨범 음원은 멜론에 올라와 있지 않다. 지인을 통해 구한 수록곡 단 두 개가 <Count on him>과 <Erroll in blue>다. <Erroll in blue>는 짐작하다시피 에롤 가너를 위한 노래다. 에롤 가너의 <Like it is>는 콘트라베이스가 빠지고 피아노와 좀 더 강한 드럼이 있는 곡이다. 이 노래를 조용한 곳에서 듣다 보면 에롤 가너가 흥얼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그 허밍을 처음 들었을 때 느낀 짜릿함이 생생하다. <Like it is>는 해피나 나인홀에서 가끔 나오곤 해서 특유의 피아노 멜로디가 흘러 나오자마자 누구든 붙잡고 춤을 춘다. 쉬운 노래는 아니지만. 


토마스 덕분에 노래 한 곡을 듣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쓰게 되었다.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도 방금 음원을 구했다. 춤추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춤추고 싶은 노래. 마침 한 2주 전부터 Claude Bolling의 <Plays Duke Ellington>을 구매해 듣고 있었는데! 즐겁다.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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