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슬픔과 기쁨

정혜윤 지음 | 후마니타스 | 2014년


흔히 문학 작품에 붙곤 하는 '우리 시대의 걸작' 같은 카피는 이 책에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강렬한 인간성이 이 책에 있다. 최규석 작가가 네이버에 연재 중인 <송곳>보다 더.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도 기억될 책.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못지않다. 20대 초반의 내 삶이 슬쩍슬쩍 이 책의 문장 속에 묻혀 있어 마음이 수시로 어지러웠다.


상균이 형이, 기주 형이 싸우고 있고 기성이가 싸우고 있고 우리 동지들 다 싸우고 있고. 우리는 놀 수가 없어. 왜? 나보다 더 확실하게 싸우는 사람에게 미안해. 나도 싸워. 그래도 미안해. 미안하고 미안해서 그래서 결국 같이 가는 거야. '씨발, 나는 그렇게 못해. 난 관둘래.' 이게 안 돼. 뭔가 연결되고 연결돼 있어.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해서 연결돼 있어. 내가 제일 미안한 게 동민이야. 나는 그렇게 못해, 우리 동민이처럼. 나는 항상 미안해. 우리 투쟁하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 때문에 차마 못 버리는 거야. 이건 정신적인 거야. 이제는 자신도 없고. 자동차 조립하던 내가 다른 데 가서 뭘 할까 자신도 없고. (...) 239쪽


진짜 힐링은요, 일을 하고 정기적으로 돈을 벌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세계랑 계속 연결돼 있는 게 힐링이더라고요. 269쪽




그의 슬픔과 기쁨

저자
정혜윤 지음
출판사
후마니타스 | 2014-04-1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오래 듣고 진솔하게 기록한, 우리 시대의 귀중한 서사 정혜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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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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