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나날 Light Years (1975년)

제임스 설터 장편소설 |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심란한 걸로 치면 제임스 설터만 한 소설이 없다는 걸 잠깐 잊었다. 처음 책을 펴들었을 땐 <어젯밤>과 달리 문장이 잘 이해되지 않고 어색해서 몇 달 동안 책장에 두었다가 어느 날 다시 쥐고 순식간에 읽었다. 우연히도 얼마 전 기록을 남긴 부코스키의 <팩토텀>과 같은 해에 발표되었다. <팩토텀>이 저 기이한 화상의 삶을 바라보는 소시민으로서의 심란함이라면 <가벼운 나날>은 나의 지난 연애와 일, 할지도 모를 결혼과 가족 등등 바로 그 소시민의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상에서의 절망 때문에 심란하다. <어젯밤>만큼 강렬하게 심란하지는 않지만, 역시 근사하게 심란했다. 책 뒷표지에 실린 신형철 평론가의 추천사를 읽고 나면, 만약 신형철 평론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더, 이 책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긴다고 봄. 


날이 가듯 더디긴 했지만 그는 나아졌다. 어느 시점이 되자 테라초 바닥의 차가움도, 찢어지는 듯한 전화벨 소리도, 가뭄처럼 찔찔 나오는 수돗물도 거슬리지 않았다. 끝도 없는 우울증을 겪은 후, 불면의 밤들을 보내며 가망 없는 비참한 삶 속에 들어왔다는 걸 깨닫고 나니 오히려 천천히 머리가 맑아졌고, 심지어 차분해졌다. 다시 읽고 생각할 수가 있었다. 날이 조용히 밝아왔다. 지나왔다고, 그는 생각했다. 조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처럼 자신에게 남은 것을 챙겼다. 자신의 팔다리와 얼굴을 만지며, 지나간 일을 잊는 중요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일상에 행복해하는, 평화로운 시기에 접어들었다. 감사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직 완벽하게 실감은 나지 않았다. 기차에 앉은 사람이 창밖의 풍경을 보는 듯했다. 때로는 생생한 풍경이, 때로는 텅 빈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415쪽





가벼운 나날

저자
제임스 설터 지음
출판사
마음산책 | 2013-06-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미국 최고의 문장가 제임스 설터, 그의 대표작 [가벼운 나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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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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