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댄스, 어디서 어떻게 배울까 (2)

2015. 11.



우선 동호회


한국에서 린디합을 배우려면 먼저 동호회에 가입해야 한다. 사람들은 동호회에서 춤의 기초를 배우고, 스윙댄스 씬의 문화를 접하고 익힌다. 일이 년 동안 함께 춤을 배우고 즐길 동료를 사귀기도 한다. 어떤 동호회는 다른 곳보다 술을 많이 마시고, 어떤 동호회는 다른 곳보다 춤에 진지한 회원들이 좀 더 많다. 그래서 동호회를 선택하는 일은 중요하다. 

동호회에 들어가서 여덟 달 동안 꾸준히 강습을 들으면, 대체로 starter 레벨과 elementary 레벨*을 마칠 수 있다. 그다음은? 세 가지 경로가 있다. 동호회 강습을 재수강하면서 동호회 내의 연습모임에 들어가거나, 유명 강사들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외부 강습을 줄여서 '외강'이라고 부른다)에서 강습을 듣거나, 이 댄서들이 별도로 운영하는 연습팀에 가입해서 강습과 코치를 받는 식이다. 물론 시간과 돈에 여유가 있으면 세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다. 

나는 6개월에서 7개월차가 되었을 때 춤을 배웠던 동호회에서 거의 발을 뗐다. 그런 뒤 주말에는 다른 동호회 강습과 소셜 파티를 돌아다니고, 평일에는 외강을 들었다. 10개월차가 되자 연습팀까지 가입했다.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동호회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했고, 동호회마다 제각기 다른 강습 일정을 파악해서 어느 강사가 어느 동호회에서 언제 강습하는지 수시로 확인하곤 했다. 그렇게 일 년을 보내면서 서울 스윙댄스 씬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동호회 간의 차이점을 몇 가지 알게 되었다. 


* 레벨 : 린디합에서 레벨을 구분하는 공개된 기준은 따로 없다. 다만 국내외의 큰 행사에서 해외 댄서들이 대규모 인원을 상대로 워크샵을 진행할 때, intermediate 레벨과 advanced 레벨을 구분하고 레벨 테스트를 따로 진행한다. 


기간과 비용


동호회에 가입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안내에 따라 첫 단계 강습을 신청하면 된다. 동호회마다 용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입문, 초급, 초중급, 중급의 네 가지 단계로 강습을 운영한다. 강습은 일주일에 한 번 총 6~7주 동안 진행된다. 여기에 더해 각 단계가 끝날 때마다 졸업 공연을 하기 때문에 공연 준비 기간을 1~2주 정도 둔다. 따라서 각 단계마다 두 달, 네 가지 단계를 모두 수강하는 데는 여덟 달이 걸린다. 이 구조는 대부분의 동호회가 같다. 

동호회는 말 그대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단체이다. 수익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강습료가 다른 취미 활동보다 비교적 저렴하다. 6주에 4만~6만 원 정도이다. 그리고 주말 오후에 강습이 끝나면 강습생들은 동호회의 다른 회원들을 따라 소셜 파티에 입장한다. 소셜 파티가 열리는 댄스 플로어*는 따로 입장료를 받는다. 주말 입장료는 7천~8천 원 선이니, 실제 강습료는 6주에 8만~10만 원인 셈이다. 


* 댄스 플로어 : 소셜 댄스를 진행하는 공간. 나무 바닥이 깔린 넓은 홀이다. 한국 스윙댄스 씬에서는 빠bar라고 불린다. 들어가 보면 실제로 바bar는 없다. 스윙댄스 팟캐스트 ‘스윙구리당당’에 따르면, 스윙댄스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당시 기존에 있던 살사나 탱고 동호회의 문화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살사 동호회의 댄스 플로어에 술이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바bar가 있었기 때문에 스윙댄스 씬에서도 댄스 플로어를 ‘빠’라고 불렀고 그 말이 지금까지 남았다. 


동호회의 형태


스윙댄스 동호회는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회칙(규약)을 두고 회원들이 대표와 운영진을 선거로 뽑는 곳이다. 이런 곳은 대부분 강습생들이 낸 강습료를 어떻게 사용할지가 회칙으로 정해져 있고, 회계 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한다. 어느 단체든 회칙을 만드는 과정은 구성원들의 정치적 에너지를 적잖게 필요로 한다. 일단 회칙을 만들고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면, 단체는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운영되고 내부에 활력이 생긴다.

두 번째는 회칙 없이 운영되는 곳이다. 댄스 플로어의 주인이 자기 댄스 플로어를 기반으로 동호회를 직접 만든 경우도 포함된다. 회칙이 없으므로, 대표와 운영진을 결정하는 규칙도 따로 없다. 관행적으로 선거로 뽑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회계 내역을 공개할 필요가 없으니 대부분 공개하지 않는다. 일반 회원이 동호회 운영에 공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는 없다. 하지만 개인이나 집단이 동호회 운영 과정에서 수익을 갖지는 않는다. 

세 번째는 사실상 학원이나 기업에 해당하는 곳이다. 즉 개인이나 소수의 집단이 수익을 챙기는 곳이다. 따라서 사실은 ‘동호회’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회칙이 없다는 점에서 두 번째와 구조적으로 같지만, 두 번째 형태의 동호회들은 현실적인 운영이나 강습료에서 첫 번째와 거의 다르지 않다. 동호회 내외의 인적 네트워크와 스윙댄스 씬 전체에서의 평판 같은 것이 제약 요인이지 않을까 싶다. 세 번째 형태의 동호회들은 동호회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거나 하는 방식으로, 단체의 형태를 드러내지 않는다.


동호회를 고르는 여섯 가지 기준


내 생각에 동호회를 고르는 기준은 모두 여섯 가지다. 첫째, 요일. 모든 동호회는 주말 중 하루에 강습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선릉역에 있는 댄스 플로어 ‘스윙타임’에서 활동하는 동호회 '스위티스윙'과 '스윙프렌즈'는, 각기 토요일과 일요일에 따로 강습과 소셜 파티를 연다. 일요일 동호회에 들어가면 강습과 소셜 파티가 끝나고 뒷풀이까지 참여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둘째, 위치. 동호회가 둥지를 튼 댄스 플로어가 집과 가까워야 한다. 집에서 멀면 주말 오후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셋째, 형태. 동호회 형태가 민주적이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동호회 간의 형태의 차이를 잘 언급하지 않는다. 넷째, 강습의 질. 운영진이 열정적이고 내부에 활력이 있는 동호회들은 동호회 안팎에서 수준 높은 강사를 초빙한다. 그렇지 않은 동호회들은 동호회 안에서 연차가 맞는 회원을 뽑아서 강사로 세운다. 다섯째, 회원.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회원이 많고 회원들의 수준이 높을수록 실력이 느는 데 도움이 된다. 대체로 역사가 긴 동호회들이 그렇다. 여섯째, 분위기. 동호회마다 춤과 술에 쏟는 비중이 조금씩 다르다. 낯선 사람과 술 먹고 사귀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기와 맞는 동호회를 고르는 게 좋다.

현재로서는 아래 목록이 최신 정보이다. 각 동호회의 주소지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https://swingmagazine.kr/스윙바swing-bar와-동호회-소개/ 

내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소셜 파티를 여러 차례 다녀본 동호회는 다음과 같다. 건대역 ‘피에스타’의 일요일 동호회 스윙키즈, 선릉역 ‘스윙타임’의 토요일 동호회 스위티스윙과 일요일 동호회 스윙프렌즈, 방배역 ‘빅애플’의 일요일 동호회 핫앤쿨, 사당역 ‘사보이’의 토요일 동호회 스윙스캔들, 신림역 ‘부기우기’의 토요일 동호회 스윙패밀리, 홍대역 ‘해피바’의 토요일 동호회 크레이지스윙과 일요일 동호회 네오스윙, 연남동 ‘스카이 스윙댄스바’의 토요일 동호회 오렌지스윙, 홍대역 ‘나인홀’의 딴따라땐스홀. 이 동호회들에 대해서는 스윙댄스를 배우려는 사람에게 조언할 수 있을 정도의 기본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 


스위티스윙, 스윙키즈, 스윙패밀리 : 세 곳 모두 회칙이 있다. 스윙키즈와 스위티스윙은 한국에서 가장 역사가 긴 스윙댄스 동호회로, 두 곳 모두 십 년이 넘었다. 역사가 긴 동호회는 고급 댄서들의 수가 많기 마련이고, 소셜 파티와 강습의 질도 전반적으로 높다. 스위티스윙은 분위기의 면에서 춤에 가장 열중하는 동호회인 것 같다. 스윙키즈도 못지않다. 스윙패밀리 역시 역사가 오래되고 활발한 곳이지만, 교통이 불편한 신림역 인근에 위치해서인지 회원들이 동호회 밖의 강습이나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


핫앤쿨, 스윙프렌즈, 스윙스캔들, 네오스윙, 크레이지스윙 : 비교적 역사가 오래되고 운영이 안정적인 동호회들이다. ‘해피바’의 네오스윙과 크레이지스윙은 회칙이 있다. 첫 번째 범주에 꼽지 않은 이유는, 해피바가 다른 댄스 플로어보다 다소 좁고 열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동호회 운영이 활발하고 인원이 많다. ‘빅애플’의 핫앤쿨은 회칙이 없고 대표와 운영진을 선거로 뽑지 않는다. 하지만 댄스 플로어인 빅애플이 넓고 쾌적하고, 소셜 파티와 강습의 질도 높다. 스윙프렌즈와 스윙스캔들은 회칙이 없지만 정기적으로 운영진을 선거로 뽑는다. 


딴따라땐스홀 : 강습 방식, 소셜 파티의 디제잉, 단체의 형태까지 그 밖의 스윙댄스 동호회들과 다르다. 강습료가 다른 동호회보다 1.5~2배 정도 비싸다. 다른 동호회의 소셜 파티에서는 서너 시간 동안 한두 곡 나올까 말까 한 가요나 로큰롤 음악이 거의 절반 가까이 흘러 나온다. 이 점은 내가 이 동호회에서 발을 뗀 가장 결정적인 이유이다. 내가 아는 동호회 중 세 번째 형태에 해당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가 보면 첫 화면 어디에서도 ‘동호회’라는 말을 찾을 수 없다. 실제로 동호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회칙이 없고, 운영진을 선거로 뽑지 않고, ‘대표’를 자처하는 개인이 단체를 운영한다. 기업 혹은 학원이라고 여길 만한 정황이 있지만 동호회 내에서도 강사와 소수의 회원만 자세한 내용을 알고 소문이 무성하다. 매 강습 단계가 끝날 때마다 야외에서 졸업 공연을 한다. 술을 먹고 친목을 즐기는 문화가 매우 활발해서, 토요일과 일요일 밤이 되면 수십 명의 회원들이 근처 술집 곳곳에서 뒷풀이를 한다. 


동호회 다음에는?


모든 동호회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외부 홍보용 게시판이 있다. 이 게시판에 외부 강습과 연습팀 등의 홍보 글이 올라온다. 


1) 동호회 강습 재수강, 연습 모임

경험적으로 볼 때, 90퍼센트 이상의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으로는 동호회 강습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그래서 초중급과 중급 강습은 두세 번 재수강해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몇몇 동호회에는 좀 더 열의 있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발적인 연습 모임이 있다. 보통은 초기에 서너 달 동안 춤에 열정을 보이고 강습을 비교적 잘 따르는 신입 회원을 모임의 구성원이 사적으로 초대한다. 프로 댄서가 돈을 받고 코치하거나 강습하는 방식이 아니므로, 체계가 부실하거나 긴장감이 덜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동호회 회원들과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연습하는 만큼 분위기가 좋다. 연습실 비용만 함께 분담하면 되니 돈도 적게 든다. 연습 모임은 최근에 프로 댄서들이 운영하는 연습팀으로 상당 부분 흡수된 것 같다. 


2) 외부 강습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자기 강습을 열고 강습생을 모집할 수 있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하다. 강사들이 수강생을 끌어들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동호회 강습에 초빙되어 강습생들과 친목을 쌓아 자연스럽게 홍보하거나, 국내외의 행사에서 열리는 경연에 입상해서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경연이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영상으로 올라오므로 강사의 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수강생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경력이 화려하고 평가가 좋은 강사의 강습을 듣는 것이 좋다. 동호회에서 사귄 선배 회원들에게 물어보면 도움이 된다. 한 강사가 여러 종류의 강습을 운영하기도 하며, 대부분 재수강을 무료나 큰 폭의 할인가로 제공하므로 여러 번 들을수록 좋다. 


3) 연습팀

지난 일이 년 사이에 부쩍 시장이 커진 영역이다. 전업 댄서로 활동하고 싶어 하는 강사급 댄서들이 연습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월 회비는 15만 원 안팎으로 비교적 고가이다. 주로 주 1회 강습과 주 1회 연습으로 진행되며, 연습팀마다 내용과 형식이 다양하다. 댄서들이 팀원 개개인을 직접 코칭하기 때문에, 그만한 값을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네 달 동안 연습팀을 하면서 실력이 크게 는 경험이 있다.


그 밖의 팁


- 동호회 중급 강습을 듣는 6~7개월차부터 다른 댄스 플로어의 소셜 파티를 다니면 좋다. 실제로 강사나 동호회 선배 회원들이 먼저 ‘출빠’를 나가자고 제안한다. 같이 다닐 사람이 마땅히 없으면 혼자 다녀도 아무 문제없다. 요일마다 어느 댄스 플로어에서 소셜 파티가 열리는지는 아래 페이지에 잘 정리되어 있다. 

https://sites.google.com/site/swingdanceinkorea/location/seoul

https://sites.google.com/site/swingdanceinkorea/information


- 해외 스윙 씬의 소식이나 정보를 알고 싶다면 페이스북을 이용하면 된다. 도시 이름에 swing을 붙여서 검색하면 해당 도시에서 열리는 스윙댄스 축제, 스윙댄스 커뮤니티 정보, 그 도시에 거주하는 댄서들이 모인 그룹까지 찾을 수 있다.


- 댄스 플로어에서 쉬다가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오면 shazam 같은 음원 검색 앱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음원이 1930~1940년대에 녹음되어 저작권이 소멸되었다. 이 음원들은 http://www.jazz-on-line.com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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