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제 인간이란 소요나 동란 중에 상처를 입고 군중에 밀리면서 떠받쳐 있는 동안은 서 있다가 군중이 흩어지는 즉시 땅바닥에 쓰러져버리는 부상자와 비슷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48쪽)

아침에 잠을 깰 때마다 우리를 에워싸는 이 일종의 당혹. 잠이란 죽음의 진정한 경험, 죽음의 총연습 같은 것임을 이보다 더 잘 확인시켜 주는 것은 없다. 잠자는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 중에서도
잠에서 깬다는 사실은 그가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잠 깰 준비만은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악몽도 빛에로의, 다른 빛에로의 그 갑작스러운 이행만큼 그에게 충격을 주지는 못한다. 누구든 잠자는 사람에게 있어서 잠이 결정적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영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뒤를 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훨훨 날아서 육체를 떠난다. 영혼은 모든 것을 잊어버렸고 모든 것을 무로 던져버렸다. 그런데 문득 어떤 거센 힘이 그를 되돌아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그의 낡은 육체의 껍질, 그의 습관, 그의 천성을 다시 걸쳐입게 만든다.
이처럼 나는 잠시 후면 자리에 누워 영원히 암흑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것이다. 기이한 소외. 잠자는 사람은 자기가 죽은 줄로 아는 소외된 사람이다.(158쪽)
오직 수면만이 밤의 기나긴 유형을 견디게 해준다. 아마도 잠의 존재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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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잠들 수 있다는 것은 위대한 축복이다. 오늘 하루 죽을 수 있음에 안도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길고 고통스러운 하루라 하더라도 언젠가 끝난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 된다.
나는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 대체로 깊고 편히 잠드는 편이다. 그래서 꿈꾸는 이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꿈이 고통스러워 꿈이 괴로워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 잠들려 하지 않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가.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인간이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잠들 수 있음에 다시 한 번 감사하다. 너무너무 고마운 일이다.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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