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하지만 마음에 드는 표지. 그러나 앞 뒤 표지에 박혀 있는 광고 문구들은 책의 매력을 간결히 소개하는 데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이 작가 참 신기한 사람이다. 앞날개를 보니 사진이 없다. 작가 본인의 인터뷰가 인용되어 있는데 조금만 발췌해보자. "나는 표지에 실리는 프로필을 정말 싫어한다. 그것은 마치 작가의 흥미롭고 이상한 삶을 보여줘서 독자들에게 책을 읽게 하려는 수작처럼 보인다. 여러분은 작가를 읽고 싶은 건가, 작품을 읽고 싶은 건가?"
뭐, 굳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설책의 작가 프로필 사진은 대개 조너선 캐럴의 말처럼 이상하면서도 흥미로워 곧 작품에 대한 정체모를 환상을 갖게 만든다. 가장 인상에 남는 작가 프로필 사진은 조경란씨와 박민규씨다. 조경란씨의 '국자 이야기'라는 소설에 실린 프로필 사진은 봤을 때 실제로 무서웠고, 섬찟했다. 박민규씨는, 특이한 선글라스 때문에.
그렇지만 나는 어떤 작품을 읽을 때 작가의 삶의 궤적을 먼저 알아보는 편이다. 작가가 살았던 시간과 공간, 가난했는지 부유했는지, 등등. 그리고 작품을 다 읽은 다음에는 작품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 번역된 책일 경우 작품이 처음에 언제 발표되었는지 등을 유심히 살핀다. 그래서 내 리뷰는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에는 이 책을 만나게 된 사연, 작가에 대한 잡담, 작품을 둘러싼 특징적인 시대적 배경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 소설, 참 신기한 소설이다. 커피집 시연이 아니었으면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편집과 표지가 마음에 들어 샀는데 읽자마자 곧 아주 깊이 빨려들어 갔다. 흡입력이 굉장했다. 이는 곧 작가의 필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뜻이다.
알고 보니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작가인 모양이다. 상도 많이 받았고, 북유럽 어느 나라의 영문학 교과서에는 '웃음의 나라'의 일부가 실리기도 했단다. 한국에서만 유독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북스피어'라는 출판사에서 단단히 결심한 모양이다. 이 책을 처음으로 해서 앞으로도 조너선 캐럴의 작품을 계속 출판해낼 계획이란다.
소설책을 읽을 때는, 특히 사서 읽을 때는, 작가의 말이나 역자 후기 같은 걸 먼저 읽어본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는데 맨 뒤의 '역자 후기' 첫머리가 이렇다. '이 후기에는 엄청난 스포일러가 있음. 절대 옮긴이 후기부터 읽지 말 것. 400% 후회할 것임.' 다행히도 난 역자의 충고를 귀담아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귀담아듣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환상 문학이라는 장르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사건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는 점에서 미스터리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그냥 상업적인 장르 문학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는 의미심장한 생각도 담고 있다. 300쪽 조금 넘는 분량임에도 이야기의 흐름이 경탄스러울 정도였다. 소설 쓰기 혹은 창작에 대한 독특하면서도 뭔가 중요한 것 같은 생각이 담겨져 있는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다.
예상했던 것보다 백 배는 재밌게 읽었다. 평소 소설이나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에게 추천하기 딱 좋은 책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시원시원하고, 소재가 환상적이고, 결말에 가서는 반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