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 산책>의 리뷰에서 썼듯 나는 여행기를 거의 읽지 않는 사람이다. 지금껏 읽은 여행기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 산책>,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읽고 그 문체에 충격 먹었던 김훈의 <자전거 여행>. 24년이라는 시간에서 만들어진 오직 '3'가지 중 하나에 대한 글을 쓰는 셈이다.

글쓴이 두 사람은 부부다. 알고 지낸 적은 없지만 그 소문은 익히 들어본 선배들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운동을 시작했고,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학생운동과 정당운동 혹은 노동자운동에 전념하셨다. 94년 결혼 당시, '10년' 뒤에는 꼭 배낭여행을 떠나자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마침 2004년, 무기력한 날을 보내다 문득 10년 전의 약속이 생각났다고 한다. 임대아파트 전세금을 빼 들고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965일 간의 여행을.
다른 여행기들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책 뒷 부분에는 실제 어느 지역과 나라를 어떤 교통수단을 타고 얼마만큼의 기간을 돌아다녀는지, 그리고 그 기간동안 어디에 어느 정도의 돈을 썼는지도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대충 살펴 보면, 일단 두 부부는 지구 위의 모든 대륙을 돌아 다녔다. 그리고 965일 동안 4천5백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했으며 이는 일일 평균 4만 6천원이다. 저자들의 지인들이 "아니 이 돈으로 여행이 가능했다고?"라고 물을 정도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낮은 금액이라는데 나는 알 길이 없다. 어쨌든 북미와 남미를 포함해 중동과 유럽과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을 모두 돌아 다녔다. 비용 중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여행기 싫어하는 내가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이유는, 제목이 말하고 있듯 사람 사이로 흐르는 그들의 여행 때문이었다. 두 부부는 부유한 빌 브라이슨처럼 여행하지 않는다. 돈이 없을 뿐더러, 두 부부는 여행지에서 만난 온갖 사람들이 궁금해 견딜 수 없고 번화한 거리를 벗어난 그들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운동하는 버릇이 몸에 배어 있는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온갖 여행지에서 온갖 친구들을 사귀고 몇달 지나 친구들의 고국에서 다시 그들을 만나 그들의 조국을 함께 여행한다.
볼리비아 유우니 사막, 즉 소금 사막이라는 곳을 여행할 때는 여행사가 사기를 치려 하자 여행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2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여행사로 들어가려던 많은 유럽인 관광객들이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도움을 주기도 하고 혹은 그냥 지나쳤다. 어쨌든 결국 그들은 여행사에게 항복을 받아냈다.

이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으신지 몇달 되었는데, 요즘은 어찌 지내시는지 궁금하다. 괴산에서 행복하게, 알콩달콩 잘 사시면 좋겠는데, 사실 한편으로는 이렇게 험한 시대에 두 분 같은 분들이 알콩달콩 사는 건 어쩌면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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