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전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김규항 (돌베개,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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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것 같지 않았으나 읽게 된 책. 실은 아는 사람에게 선물하려 샀는데 읽지 않은 책을 선물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2~3일 만에 급히 읽었다. 그리 길지 않고 줄간격도 널찍하여 금방 읽을 수 있다. 속표지의 색감과 질감이 너무 좋다.
마르코복음(마가복음의 다른 말인 모양이다) 전문을 인용하고 저자의 해설을 달아 놓았다. 책의 구성도 마르코복음을 따라 장을 구분해 놓은 듯 하다. 원 텍스트로 삼은 성경이 비교적 최근에 번역된 책이다. 김규항씨 본인이 밝혔듯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느 성경과 달리 예수가 존댓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오'체를 주로 쓴다. 마음에 들었다.

살면서 종교를 가져본 적은 없다. 개신교 교회에 다닐까 생각해 보았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만약 언젠가 다시 한번 위기에 부닥치게 되어 종교를 찾게 된다면 성당에 가리라 마음먹고 있다.(은근 형식미에 잘 감동한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딱히 충격이랄 것은 없었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이야기는 운동하던 때에 간간이 선배들이 들려주곤 했다. 30대 선배들 중에는 기독교 동아리를 통해 운동을 접하게 된 분도 계셨다. 기독교 학생운동을 하는 학생운동가들도 만나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기독교 모태 신앙을 가진 평범한 대학생이라면, 충격적일지도 모르겠다.
최신 번역체긴 하지만 여전히 다소 어색한 성경 말투와, 저자의 해설에 담겨 있는 윤리들이 조금은 식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경이라는 텍스트 자체에 대한 어색함이 책을 수용하는 데에도 장애물로 작용한 것 같다. 성경이라는 텍스트는 독자에게 재독과 묵상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 간단한 구절들과 이야기가 2000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김규항씨가 오늘날 한국에서 이런 책을 새삼 쓰게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의 마음을 생각해 볼수록 조금 더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싶어졌다. 그는 사람들과 보다 근본적으로 이야기를 걸고 싶었나 보다. 행위와 의식이라는 두 측면, 혹은 정치와 영성이라는 두 측면을 모두 포괄하여 하나의 서사 속에서 엮어낼 수 있는 뼈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결국 예수에 주목한 것이겠고. 책에 담긴 예수에 대한 관점은 그리 신선할 건 없는 '역사적 예수' 담론이지만, 문맥과 맥락 그리고 문학적 장치인 비유와 상징에 주목하는 저자만의 읽기 방식은 신선하다.

급히 선물하느라 구절들은 발췌하지 못했다.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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