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요괴전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우석훈 (개마고원,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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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재밌는 책이다. 꽤 훌륭한 책이라고도 생각한다. 저자는 10대들과 이야기 나누기 위해 이렇듯 다양하고 흥미로운 요괴들을 소개하였겠지만 나로서는 그 요괴 이야기들이 너무너무 흥미로웠다. 문학과 영화를 넘나 들고 요괴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경제학자의 생태학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을 수 있을까.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만약 우리 사장이?"라는 상징은 너무 분명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대단히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게 되었다. 대체로 사장과 사장 부인 혹은 그 주위의 사람들이 무엇인가 잘못해서 세상이 어렵게 되었다고 할 때, 뱀파이어라는 상징이 사용되었다. 사장과 미인들에 관한 이야기들은 포도주 파티를 벌이는 상류층들의 회동을 너무 뻔하게 연상케 하고, 그들이 마시는 포도주는 노동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피일지 모른다고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30쪽

드라큘라로 시작하는 요괴 이야기는 좀비로 옮겨 가고, 프랑켄슈타인 으로 1막을 마감한다. 자본주의가 서구에서 탄생했듯 서구 사회에서 탄생한 세 요괴들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주요 문제인 생산, 소비, 그리고 과학기술 이라는 화두를 풀어 낸다. 놀랍도록 재밌다. 그리고 그 다음 2막에 가서는 세계를 휩쓰는 자연 재해들을 두고 생태요괴 라는 이름을 붙인다.

요괴 이야기의 무대가 한국으로 옮겨 가면서 그 약발이 조금씩 약해진다. 여전히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방식에 딱딱 들어 맞으나(사실 그에게서 배운 게 틀림없기에 당연한 일이다) 앞부분 반절의 이야기만큼 짜릿할 정도로 흥미롭지는 않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분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본주의 혹은 그보다 더한 생산장치가 나타난다 해도 우리들이 원하는 만큼의 소비를 지구라는 생태계가 견뎌내기엔 이미 그 한계를 넘은 상태라는 점이다. 그리고 제발이지, 높은 빌딩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 악마 같은 미학과 감성을 벗어나는 것이, 요괴의 세계에서 공존할 수 있는 첫번째 길이라는 점이다. 132쪽

그러나 여전히 그는 쉬운 방식으로 생태학과 생태주의를 소개한다. 생태경제학 두번째 책인 <생태페다고지>처럼 이 책도 생태학의 주요 개념이 소개된다. 그러나 책 첫머리에서 밝히듯 이 책의 독자는 애시당초 10대 전체이므로,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많이 등장하고, 뒤에 가서는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실제적인 조언도 구차하다 싶을 정도로 하나하나 적어 놓았다. 물론 이게 구차한 건 절대 아니다. 그리고 국민 경제의 생태적 전환이이라는 타이틀 아래 그가 생각하는 변화의 방향도 몇 가지 친절하게 정리해 놓았다. '넓게 생각하고 좁게 살기', '홀로서기보다는 마을 만들기' 등이 구체적 지침이라 할 수 있다.

10대들과 이야기 나누고자 고생고생 하며 썼다고 하는데, 그 덕에 나같은 사람들도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 탄생한 것 같다.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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