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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조너선 사프란 포어 (민음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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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할 정도로 예쁜 팔찌도 디자인했다. 일 년 동안 제일 좋아하는 시집에 고무 띠를 감아놓았다가 빼서 차고 다니는 것이다. 150쪽

나는 낡은 책을 묻을 무덤 자리로 땅을 파놓은 흙무더기 뒤에 숨었어, 문학은 그녀의 아버지가 실천하는 유일한 종교였어, 책이 마루에 떨어지면 그는 그 책에 키스를 했어, 책 한 권을 다 읽으면 그 책을 좋아할 만한 사람에게 거저 주려고 했고, 만약 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하면 땅에 묻었어, ... 160~161쪽

쓰기 힘든 소설이다. 자연스럽지 않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다 생각했다. 이 복잡한 인물들, 그들의 사연들을 이리저리 엮어 냈다니. 다만 결말이 조금 서둘러 마무리되었다 생각했지만... 아주 재밌게 아주 빨리 읽혔다. 여러 지인들이 이 소설을 두고 쏟아 낸 칭찬들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심지어 김연수씨는 지난 5년 간 보아온 소설 중 가장 아름답다, 고 까지 말했다. 전혀 비아냥거리고 싶지 않았다.
막 복잡한 현실을 배경으로 삼은 것도 아니다. 그냥 9.11 테러 직후의 미국 사회가 배경이고, 한 꼬마 아이가 주인공이고, 그 아이의 아버지가 그날 그곳에서 사망했을 뿐이다. 꼬마 아이가 뉴욕시를 방황하는 동안 동시에 꼬마 아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도 진행되어 간다. 그 할부지는 2차대전 당시 드레스덴에서 살고 있던 유태인이었다. 9.11과 2차대전, 맨하탄과 드레스덴, 허이구 참. 이걸 감당해내고 소설로 썼다는 것부터가 일단, 작가에게 "자네 고생길이 훤하구만"라고 말해주고 싶은 스승의 심정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무난히 추천해줄 만한 소설이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친구들에게 선물해줘도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 속 글자들에 다양한 타이포그라피(한국어로는 활판술)가 시도되고 있어 흥미롭다. 또 미국 소설이다. 으.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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