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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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프란츠 카프카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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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거대한 법원 조직은 말하자면 영원히 떠 있는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 자신의 자리에서 독자적으로 무언가를 바꾸면 발 밑의 지반을 없애 버려 자신만 추락할 뿐, 거대한 조직 자체는 약간의 장해를 다른 곳에서 쉽게 -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 보충합니다. 그 조직은, 이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가령 전보다 더 굳게 결속하여 더욱 주의깊고 엄중하고 지독해지지는 않는다 해도 전과 다름없는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 156쪽

작품을 읽으며 내내 희곡을 읽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고 받는 대화, 묘사들, 주인공의 눈에 드러나는 다른 인물들의 움직임 등등. 해설을 읽어 보니 실제로 작가가 이 작품이 한 편의 연극처럼 보이도록 의도한 대목들이 여럿 있었다. 조금 뿌듯했다.

마지막 부분의 '문지기' 이야기 야말로 핵심적이며 의미심장해 보였다. 이 작품은 말마따나 관료제, 거대한 조직의 위계에 대한 고통스럽고 끔찍한 스케치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나를 포함하여 이 곳에 있는 이들은, 특히나 갓 도착한 이들이 끝을 알 수 없는 선임들을 두고, 첫번째 문지기 뒤의 두번째 문지기 뒤의 세번째 문지기 뒤의 수많은 문지기들 - 가면 갈수록 힘이 쎄 보이는 문지기들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작품을 빌려 주며 후임이 말했었다. 자신은 실제로 '소송'을 무대로 한 악몽을 꾸기도 했었다고.) 
"누구나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져야 하지요." 172쪽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다. 혹은 이 작품에 비롯되어 유명해진 경구일 수도 있다. 꽤 근사해 보이는 말인데, 실제로 문장의 앞뒤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두통, 자잘한 고민 거리,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십자가'의 유래다.
길고 자세하게 쓰지 못하는 게 괜히 미안하고 그렇다, 카프카에게. 사실 하도('너무나도'의 경상도 사투리) 카프카프카프카 해서 나 역시 카프카프카프카프카 해야 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앞으로 당분간 카프카프카프카 하며 카프카를 계속 읽어볼 생각이다. '성'도 읽고, 단편들도 읽어 보고.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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