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K
카테고리 만화 > 드라마
지은이 HAROLD SAKUISHI (학산문화사,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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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 마지막 편인 34권 표지다. 한달 쯤 전에 나왔다. 벡이, 이제, 완결된 것이다.

이 만화를 처음 만났던 것은 꽤 오래 전이다. 1권이 한국에서 출판된 해가 2000년이니, 만으로 8년이 넘었다. 그 때 나는, 음, 청소년이었다. 서울 올라오기 전까지만 해도 만화대여점을 자주 들락거렸다. 왠만큼 만화 좋아하는 남자 애들은 알만한 작품은 거의 다 봤었다. 근데 내 주변에 이 만화를 좋아하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책방에서도 표지를 본 기억은 있는데 왠 개가 그려져서 '개를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었다. 알고보니 1, 2권까지 표지에 등장한 개의 이름이 바로 Beck이었고, 그 이름을 따서 Beck이라는 밴드를 만들었다는 별 거 아닌 뒷 이야기(물론 개 Beck도 나름의 줄거리를 가진 인물이다). 그 뒤로는 주인공 유키오(위 표지)가 줄곧 등장한다.

 

어디 길고 흥미 진진한 만화 없나 하고 찾아보다가 몇달 전 우연히 보게 됐는데 그 날 밤을 새가며 엄청 몰입했다. 그 때 아마 30권 정도까지 나왔던 것 같다.

이 만화는 Beck이라는 밴드의 성장 줄거리가 중심 축이다. 우연히 음악을 알게 됐고 알고보니 굉장한 목소리와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보컬 겸 기타리스트 주인공 유키오, 미국에서 날라온 천재적인 기타리스트 류스케, 실력있고 묵묵한 베이시스트 타이라, 유키오와 우연히 학교에서 만나 같은 시기에 음악을 시작한 드러머 유우지, RATM의 보컬 잭 드 라 로차를 연상하게 하는 보컬 치바, 이렇게 다섯 청춘이 이렇게 저렇게 부딪히며 만나고 어쩌다보니 힘든 밴드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아마 라천 듣다가 였던 것 같은데, 어느 음악가가 이 만화를 칭찬했었다. 공연 기기나 공연 무대를 무척 현실에 가깝게 묘사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게다가 밑바닥에서 시작한 밴드가 겪는 사건과 갈등 마주치는 인물의 유형과 관계 등등이 비슷한 것 같다고. 물론 한국보다 일본 락 음악 시장이 훨씬 넓고, 만화에서 보듯 전국 라이브 클럽을 순회공연 하는 걸 보면 관객의 수도 꽤 많은 것 같다.

사실 만화 보던 당시 출판된 편까지 다 본 후에 만화 속에서 이토록 아름답고 생생하게 묘사된 음악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서 애니메이션을 찾아 봤었다. 최근에야 이런저런 음악을 조금씩 접하고 있지 그 때만 해도 음악 별로 안 듣고 살았었는데, 내 상상으로는 오아시스의 돈 룩 빽 인 앵거 라든가 콜드플레이의 옐로우 같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그런 명곡 몇 개가 떠올랐었다. 근데 애니메이션은 솔직히 말해서 좀 깼다. 물론 나름대로 아름답긴 했지만 만화의 기대치기 너무 높았다. 그래서 좀 보다가 관뒀다.

기본적인 줄거리가 굉장히 탄탄하다. 인물들 사이의 관계도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몇 달에 한 권 씩 출판되는데도 기다리게 만들고 진짜 정신없이 보게 만든다. 주인공 유키오와 류스케의 여동생 마호 사이의 연애 스토리도 와 눈물 쏙 빠지게 감동적이다. 난 이상하게 다른 매체를 보면서는 거의 울지 않는데, 만화 볼 때는 아주 가끔 울곤 한다.

무엇보다 이 만화가 가장 강렬한 것은 그 핵심에 '음악'이 있기 때문이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돈 없어서 알바해가며 연습실 빌리고, 밴드하려고 학교까지 때려 치우고, 우연한 기회로 미국 순회공연도 하게 되지만 유명 메이져 기획사의 음모로 팀이 깨질 뻔 하고. 거대 자본의 힘에 휘둘리지 않은, 팬과 밴드의 힘으로 온전한 록 페스티벌을 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또한 관객들의 순수한 행복과 환희의 순간, 그들 앞에서 연주하고 있는 밴드 멤버들의 웃음과 미소를 바라본다는 게 어떤 것인지 나도 충분히 알고 있기에, 그런 장면 앞에서는 정말이지 Beck의 음악이 너무너무 듣고 싶어진다.

진짜 멋진 만화이다. 아마 나 정도 되는 사람에게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만화 아닐까. 권수도 많다.

오늘 밤, 다시 봐야겠다, 처음부터.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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