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것도 이벤트로 받은 책. 주 제목만 보면 직장인들을 위한 기획 지침서 같다. 부제를 보고서야 이 책의 정체를 비로소 알았다. '강주헌의 해외출판 기획'.
출판에 대해 관심이 좀 있다. 소설을 읽을 때 소설 외적인 것들에 꽤 많은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작가, 번역자, 표지 디자인, 속지 디자인, 얼마나 팔렸는지, 등등.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이 이벤트 대상 도서로 올라온 걸 보았고 에이 까짓것 공짠데 뭐, 하는 마음에 신청했다.
책을 만든 곳 이름이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이다. 그런 곳 답게 책 표지 디자인, 표지와 속지의 촉감 등이 마음에 든다. 책도 가볍다.
강주헌 이라는 분이 출판계 잡지인 '기획회의'의 전신 '송인소식'에 연재했던 글을 모았다(근데 대부분의 글이 5년 정도 전에 씌여진 것 같다. 이건 좀 아쉬웠다). 저자는 꽤 유명한 책들을 여럿 번역한 번역자이고 출판 에이전트 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에이전시가 뭔지 처음 알았다.
번역서들은 앞 부분에 보면 영어로 뭐라 뭐라 씌여 있다. 요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저자 이름의 모국어 글자, 책의 저작권을 수출한 외국 출판사 이름, 작품이 최초로 출판된 연도 등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슨 무슨 에이전시 라는 게 보인다.
출판 에이전시 란, 국내 출판사들에게 외국의 출판물을 소개하는 일을 하는 회사이다. 출판사들이 직접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러면 출판사 덩치가 커질테고, 최대한 몸매를 날렵하게 만들어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 특성 상 부담이 될 것이므로 규모가 큰 출판사들은 에이전시를 통해 정보를 얻는 모양이다. 뭐 물론 소규모 출판사들은 해외 출판 정보, 시장의 추이, 신간 소개 같은 것들을 직접 알아본다.

주요 거대 출판사들은 국내의 특정 에이전시와 독점 계약을 맺고, 국내의 특정 에이전시들은 외국의 주요 출판사들과 독점 계약을 맺는다. 그래서 좋은 책들이 국내에 출판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독점 계약이니 다른 에이전시들이 해외 출판사에 직접 연락을 해봤자 저작권을 수입할 수 없다. 
국내 출판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라든가 주요 출판사들에 대한 분석 같은 것을 기대했으나 그런 자세한 이야기들은 하지 않고 '책을 기획하는 것'에 대한 글들이 1부에 있다. 2부는 인상적인 해외 '출판기획'들을 여럿 소개한다. 2부가 꽤 흥미로웠다. 3부는 프랑스 출판기획과 독서교육을 소개한다. 아 역시 프랑스다, 그런 말 절로 나온다.
만족스럽게 읽은 편이었다. 출판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모르는 입장에서 '출판 기획'이란 무엇인가, 에이전시는 무슨 일을 하는가, 출판사가 사회적으로 갖는 의미, 할 수 있는 일 등을 알 수 있었다. 한 번만 읽어보면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다.

책의 서평을 쓰는 평론가들은 한술 더 뜬다. 각자의 시각에서 그 책을 평가하고 재단한다. 본연의 서평은 왜 그 책이 쓰였고, 어떤 시각에서 쓰였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내 시각이나 철학에서 책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낭만주의자 들라쿠르아가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직업인이 평론가"라고 울분을 토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신고전주의자들이 낭만주의자를 이해하지 못한 채 신고전주의적 시각에서 평가한 것에 대한 울분이었다. (120쪽)

덧. 그래서 내가 '서평'이라는 말을 안 쓴다. 이게 무슨 서평이야. 그냥 대충 생각나는대로 적는건데. '리뷰'라는 말이 속편하다. 나 혼자만 다시 보면 된다. 
그리고, 평론이라는 것에 대해 예전에는 막무가내 식의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무조건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작가들이 고통스럽게 만들어낸 창작물을 텍스트로 삼아 이러쿵 저러쿵 썰을 풀어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생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말하기' - 이게 평론의 역할, 평론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평론도 역시 일종의 창작물이다. 특정 평론인의 특정 평론을 단 하나만 싣는다는 점에서 그 책 전체를 규정하는 것 같은 폭력성이 독자들로 하여금 평론 일반에 반감을 갖게 만든다.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강주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9년)
상세보기

Posted by 권고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