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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이 거창하다. 그래서 샀다. 2006년 발표한 장편소설 '첫사랑'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지금 책꽂이에 꽂혀 있다. 그저께 구입한 이기호씨의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다 읽은 다음에 펴볼 생각이다.
그냥 순수히 서사를 따라가는 것에만 익숙해져서 인지, 다 읽고 난 직후에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후반부 '다시, 서울로'에 이어 '첫번째 상황'과 '두번째 상황'이 나오고 마지막 부분의 제목이 '애초에 친구들이 부르던 노래'이다. 작가가 일부러 열린 결말을 위해 이렇게 쓴 것일까? 궁금한 마음에 제목을 눈여겨 본 다음에야 '첫번째 상황'과 '두번째 상황'은 일종의 가정이고 작품 속 현실에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끝내 '애초에 친구들이 부르던 노래'라는 마지막 부분이 어떤 뜻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아니, 사실 잘 이해하기가 힘들다. 휴게소 털어서 몇 억을 얻게 된 건 맞을텐데, 왜 또 그런 짓을 하는 거지? 욕심을 버리지 않고, 더 큰 욕심을 냈기 때문에? 이 마지막 부분의 시간적 배경은 휴게소를 털고 난 직후인건가? 음... 좀 마음에 안 든다. 서사가 아니라 구성으로 복잡함을 꾀하는 것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초중반은 참 마음에 들었다. 아마 수상작으로서 가장 큰 매력도 이 부분에서 찾지 않았을까 싶다. 찰리, 호기, 유진, 중만, 네 친구들의 이름을 들어 그들의 삶의 몇 가지 장면을 설명하면서 서울 특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뭐 눈에 잘 안 띄어서 그렇지 서울이라는 도시를 들어 탈 탈 털어보면 이런 군상들이 무수하게 많을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지 않아서 서울이 낳은 청년들의 삶이 참 궁금하다. 그들의 중, 고등학교 생활이 나와는 어떻게 달랐는지도 궁금하다. 마음만 먹으면 온갖 페스티벌에, 연극도 볼 수 있는 극장이 있고, 전시관도 참 많다. 나처럼 죽을 정도로 문화적 열등감에 휩싸여 살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74년생이므로 나와는 좀 나이 차이가 많지만, 어쨌든 크게 다르지 않은 감성으로 나 또한 살아가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무덤덤한 듯 그려내는 문체가 좋았다. 어미에 '-게다'가 자주 등장한 것은 조금 눈에 밟혔다.
썩 마음에 차지는 않아서 그의 다른 작품이 더 기대된다. 실망할 것인가, 감동할 것인가? 두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