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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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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되는 구체적인 장소를 미리 숙지하고 머릿속에 그리면서 읽는다면 더 현장감있게 읽을 수 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크게 상관은 없다. 대도시에 살면서 지하철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공간 구조를 상상할 수 있다. 최선의 독서는 사건 현장을 직접 가보는 경우. 활자가 그리는 세계를 두 눈과 오감으로 직접 확인할 때 느낄 '이질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픽션, 특히 르포 문학을 통해서만 가능한 아주 신기하고 감동적인 경험이다.
대체로 비슷비슷한 경험담이 나열되어 있다.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읽었지만 빠른 속도감 만큼이나 중간쯤 지나면서 시들해지기도 했다. 이 점은 더 생각해볼 만하다.
일단. 3/4 정도 되는 사람들은, 본인이 고통을 느끼기 전 환자들을 목격했을 때 외면하고 제 갈길을 갔다. 여유만 있다면 도왔겠지만 회사에 지각할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주고 있고, 흥미롭게도 당시 상황을 '비상 상태'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매우 드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이 이상해진 후에도 맹목적으로 '출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옴진리교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던 책 <황천의 개>에서, 저자 후지와라 신야는 쓰토무라는 청년과 대화를 나누다 불쾌감을 느낀 적 있다. 자신의 인도 여행담을 들려주자 청년이 "영화 같다", "TV 리얼리티 쇼에 나올 만하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1995년 초의 고베 대지진에 대한 기억에서도 쓰토무 군은 같은 말을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도시민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스펙터클함, 화려한 광경을 모니터를 통해서만 가상의 현실로, '저 곳'의 일로 목격한다. 그래서 산을 찾고, 바다를 가고, 일몰과 일출을 보기 위해 수 시간을 들여 먼 곳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실제로 현실에서 같은 수준의 광경을 목격할 때, '영화 같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 현상은 쓰토무 군 뿐만 아니라 절대 다수의 청년들에게도 공통적일 거라 생각한다.

2011.2.10.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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