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말하지않는23가지장하준더나은자본주의를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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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장하준 (부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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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이다. 지금까지 몇 권이나 팔렸을까? 어마어마하게 팔렸다고 들었다. 이 책 덕택에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도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각 챕터 별로 자유시장 경제학의 핵심적인 주장을 논박한다. 물론 저자 본인이 자유시장 경제학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책을 썼을 것이다. 처칠의 말을 빌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대목이 있다. "자본주의는 최악의 경제 체제이다.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경제 체제를 제외한다면." 온갖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이윤을 얻기 위해 생산하는 개인 그리고 그들이 모여 교환하는 시장의 존재. 자본주의 너머로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는 위험한 짓은 저지르지 않는다.
이 책은 실증적으로 독자들을 설득한다. 그러므로 매우 효과적이다. 주류 경제학, 그 정체를 솔직히 밝혀야 하는 우파 경제학에게는 오직 스스로의 철학만 남았다. 사실 그들은 지금까지 이렇게 말해왔던 것이다. "부자만 되어 봐, 당신들은 거리낄 게 없을 거야!" 확실히 그렇다. 미국을 보라, 부자에게 그 나라는 천국과 다름없다.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한다. 복지와 증세, 실질적인 평등에 대한 나의 요구는 공화국의 완성을 바라는 민주주의 정치철학으로 뒷받침된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나는 한국에서 부자가 될 자신이 없고, 그러므로 빈약한 사회 정책으로 나 자신의 안위와 언젠가 생기게 될 내 가족의 안위를 위협받고 싶지 않다. 나는 미리부터 겁을 내고 있다. 한편으로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근면한 노동자가 되고 싶지도 않다. 그냥 평균적으로만 일하고 싶다. 그러므로 경제 체제에 대한 나의 신념은 상당 부분 개인적인 미래상에 맞추어져 있다. 기본소득, (제대로 아는 게 없는 탓도 있지만) 한 사람의 정치적 시민으로서 최소한 내 친구들조차 설득하기 힘들다. 그러나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나는 기본소득을 열렬히 지지하고 바란다. 내게 혜택이 될 게 백프로 확실하니까.
장하준씨는 많이 나아가지 않는다. 생태적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또, 아주 단순한 생각인데, 한국의 자동차 산업과 조선업이 자리를 내줘야 제2의 한국 - 제3의 기적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언젠가는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절대적 노동 시간 증가와 중소기업 억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금의 방식은 언젠가 임금 상승의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주류 경제학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금융자산의 수익은 대부분 명목상 고정되어 있어 물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최근 한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상승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걸까? 얼마 전 <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리뷰에 쓴 것처럼, 2008년 경제 위기의 영향도 있겠지만 한국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정책 대문 아닐까 싶다. 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 대출에 압박이 가해져 감당하기 힘든 위기를 초래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2000년대 초 카드 사태와 거의 유사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최근의 카드 경기도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도 조만간 터질 게 분명한 시한폭탄이다.
 
금융자산은 물적, 인적 자산보다 더 신속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성질 덕분에 다른 자산에 비해 더 높은 이윤을 낼 수 있다. 금융 자산은 바로 이런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본 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편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금융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노동자들의 고용, 해고 절차를 쉽게 하면 기업들의 구조 조정이 더 쉬워져서 당장 보기 좋은 대차대조표를 만들기가 용이해지므로 기업 매매가 원활해져 높은 금융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92쪽

하여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책이 널리 많이 읽히는 현상은. 사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제 그 지식이 어떻게 쓰일지는 개인의 가치관과 상상력(상당 부분 역사에 대한 지식에서 비롯되는)에 달려 있다.

2011.2.5.
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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