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에 선물받았던 책. 위화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가 선물해줬다. 위화의 작품으로는 '허삼관 매혈기'를 읽은 적 있다. 재밌게 읽었고,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작가로서의 태도, 문체, 삶에 대한 관점 등은 참 마음에 드는데 뭐랄까, 다루고자 하는 '대상'? 주요 소재? '허삼관 매혈기'와 마찬가지로 '인생' 역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어쩌면 현대 중국의 정치적 상황이 작가로 하여금 이런 방식의 '이야기'를 쓰도록 알게 모르게 압박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원제는 '살아간다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중국문화를 전공하는 학부생으로서, 직역하면 '살아간다는 것'이 맞다. '인생'이라는 제목, 다분히 장이머우의 영화 제목을 의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표지가 예쁘긴 한데 아주 아주 진한 붉은색이어서 좀 부담스럽다. 
금방 읽었다. 이틀만에 휙.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푸구이 라는 노인이, 20세기 중후반 중국사의 굵직한 사건들마다 휩쓸리기도 하고, 피해가기도 하면서, '운명'이라는 화두를 자각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모든 사건들마다 주인공 푸구이 노인이 적극적으로 경험해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농민으로서, 아이의 아버지로서,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으로서 경험해가는 것이다. 이야기 자체가 아주 흥미로워서 읽는 내내 뒷 내용이 궁금할 정도였다.
그치만, 내가 가족의 죽음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있을법 하지 않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생각까지 하진 않았지만, 이건 대체, 이토록 상실로 가득한 삶을 이겨내며 달관하다니. 뒤로 갈수록 믿기지 않고,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각각의 인물들의 죽음은 중국 현대사에 있어 그리 드물지 않은 죽음이었을 것임은 확실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한 가족에게 일어나다니. 나에겐 아직 이른 소설인걸까?
하여간 읽고 나니 마음이 싱숭생숭한 소설이다. 오늘 저녁이 유달리 싱숭생숭하고 마음이 괴로워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괴로운 소설이다. 나는 절대로 경험해보고 싶지 않은 '인생'이다.

그러나 푸구이 노인처럼 잊히지 않는 사람은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다. 자기가 살아온 날들을 그처럼 또렷하게, 또 그처럼 멋들어지게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말고는 또 없었던 것이다. 그는 과거의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었고, 자기가 젊었을 때 살았던 방식뿐만 아니라 어떻게 늙어가는지도 정확하게 궤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63쪽)

 
인생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위화 (푸른숲,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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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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