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꺼운 책. 지인이 빌려준 책인데 그도 나도 '롤리타'와 '위대한 개츠비'를 책 한 권에 묶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낼 수 없었다. 왜일까?
문학에 박식한 중년 남성, 험프티. 이 소설의 1인칭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롤리타에 대한 그의 몸짓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가능할 것 같은데, 참 난감하다. 어린 소녀의 몸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녀의 냄새, 햇살에 빛나는 솜털, 가느다란 팔과 다리. 사랑이란 감정이 원래 그렇다. 그의 욕망은 순수하다. 그는 롤리타와 섹스를 한다. 험프티가 롤리타를 강간한 건 아니다. 환심을 사고 구슬렸다. 순식간에 머릿속에 도덕의 군대가 창을 들고 진격해 와서 사고를 방해하고 있다. 현실에서 그 같은 인간을 만난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플로렌티노 아리사도 14살 아메리카 비쿠냐와 잠자리를 가진다. 그도 마찬가지로 비쿠냐의 몸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아메리카 비쿠냐는 할아버지 뻘이 되는 남자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박범신씨도 <은교>라는 소설에서 비슷한 주제를 다뤘다고 알고 있다. 나이가 왜 문제가 되는 거지?
결국 도덕은 필요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그 도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14살과 20살의 차이가 뭐지? 중학생 남자 제자와 여자 교사의 섹스에는 어떤 잘못이 있는 거지? 공부가 필요하다. 어린이와 성인의 구분, 그 구분에 따라 성姓은 어떻게 인식되어 왔는지, 사회는 그것을 어떻게 규정해 왔는지. 역사 공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