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발췌해 놓은 문장들을 잃어 버렸다. 한글 파일에 적어 놓았었는데 깜빡 하고 저장하지 않았나 보다. 곤란하다. 
 

특별한 경력 없는 보통의 20대가 책을 내기란 쉽지 않다. 거기다 자기 이름만 떡 하니 걸고, 사실이나 정보로 승부를 보지 않는 책이라면. 저자 유재인 씨는 아주 보통의 20대이다. 여대생 시절엔 학점 관리가 엉망이었고, 졸업 즈음 열심히 만회하려 했고, 언론사 입사를 3년이나 준비했지만 실패했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맨 마지막에 지원한 공사에 마침내 입사. 스물여섯에 들어가 지금까지 3년 정도 일했다고 한다. 특별할 것 없는, 이십대적인 이력이다. 어쩌면 평균 이상은 될지도 모르겠고. 다소 특이한 점이 있다면, 시점으로 미루어 보건대 입사가 확정되기 직전에 결혼하셨다는 것? 책을 낸 당시 아직 아이는 없다고 했다. 
 

몇 가지 단서로 미루어 보건대 블로그에 쓴 글이 출판사 눈에 띄어 책으로까지 나온 것 같다. 온갖 종류의 온갖 글을 접해야 하는 편집자가 주목할 정도라면 어지간해선 안 된다. 글 사이사이 유머와 위트가 꼭 포함되어야 한다. 솔직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 직접 겪은 일이나 경험이 다양하고 풍성하면 좋지만그것으로 그쳐서도 안 된다. 남들 다 경험하는 일이라도 잘 관찰해서 쓸 만한 무언가를 발견해 내야 한다. 이 책이라면 적어도 유머와 위트는 확실하다. 일상 속에서 흥미로운 것들을 잡아챌 줄 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뭐랄까, 마음의 시동을 항상 켜두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가까운 또래에서 최고의 에세이스트를 꼽으라면? 나는 김현진 씨와 정혜윤 씨를 꼽겠다. 두 사람은 각자의 분야에서 매우 독보적이다. 김현진 씨는 그 고단한 삶과 목격담 그리고 누구보다 강한 문장이 그렇다. 정혜윤 씨는 일관되게 낭만적인 책 읽기일 테고. 하지만 모두가 그들처럼 살지 못한다. <위풍당당 개청춘>의 저자 유재인 씨처럼 하루를 허투루 흘려 보내지 않는 것만 해도 쉽지 않다. 무엇이 더 나은 삶인지 고민하기를 그치지 않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무엇보다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원으로서 그러기란 더욱 쉽지 않다. 

저자는 자기가 가진 것을 자기를 위해 쓰는 삶이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고상한 삶이라고 말했다.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안온함만을 위한 삶은 아닐 것이다. 큰 것, 거대한 것이 아닌 '자기'를 위한 삶. 물론 큰 것 거대한 것을 자기 것으로 삼을 줄 아는 대인배도 있다. 나는 그런 그릇이 아니라는 걸 안다. 내 그릇의 크기를 알아내는 일은 대부분 고통스러운 경험을 수반한다. 그 알아냄에서부터 우리는 나아질 수 있다. 신형철 씨처럼 말한다면, 거기서부터 우리는 좋은 사람일 수 있다. 

위풍당당개청춘대한민국이십대사회생활초년병의말단노동잔혹사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유재인 (이순,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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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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