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역사학자의 태도는 아닐 것이다. 바른 역사서술이라고 보기도 힘들 것이다. 그치만, 일단 재밌다. 저자가 과거를 이해하는 방식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직관이다. 인간의 근본에 대한 이해가 바탕에 깔려 있어 설득력 있다. 대중적인 역사서라고 부르기 딱 좋다. 그런 분류가 적절한지는 차치하고서.

그러나 평범한 사람에게도 그 평범함을 돌파하는 길이 있다. 자기 능력의 한계를 냉철하게 따져보고, 자기 혼자 모든 일을 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했을 때 그 길이 열린다. 그리고 이것은 ‘아무도 남지 않은’ 시기에 지도자가 되어버린 ‘누군가를 대신하는 남자’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이기도 했다. 15쪽

직설적으로 말해 그리스도교도는 고뇌하는 타인을 보는 걸 좋아했다. 자기 대신 고뇌해주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 대신 괴로워해주는 그 사람을 존경하게 된다. 그가 신이나 성인이라면 이런 마음은 신앙이 된다. 만약 그리스도교도의 가슴 깊은 곳에 늘 존재하는 이런 마음이 없다면, 십자가 위에서 책형을 당한 예수 그리스도가 그토록 오랫동안 널리 신앙의 대상이 될 리가 없다.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사람들은 즐거움보다 고뇌에 더 감동한다. 게다가 자신들을 이끌어나갈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84쪽

인간의 야심이란 곧 무슨 일이든 하고 싶어하는 의욕이다. 한편 허영심은 타인에게 좋게 보이고 싶다는 바람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 문제는 한 인간의 내부에서 야심과 허영심 중 어느 쪽이 더 큰가 하는 것인데,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 인간이 좋은 기회를 얻었을 때 야심으로 움직이는가, 아니면 허영심으로 움직이는가 하는 것이다. 145쪽

마키아벨리도 말했듯이, 민중은 추상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의외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곤 한다. 218쪽

1권에 이어 2권을 읽었고 3권도 기다려진다. 모르겠다, 인정하자, 나의 독서기를. 그저 맥락 없는 독서!

십자군이야기.2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서양사
지은이 시오노 나나미 (문학동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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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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