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책이다. 마케팅 책이다? 마케팅 책이다! 

내가 마케팅이란 걸, 그것에 관한 책을 읽었다. 물론 억지로 읽은 건 아니다. 일을 하고 있다. 무언가를 만들어 파는 일이다(다들 그렇듯). 나는 일단, 책을 만들어 팔게 되었다. '내가 뭘 만들어내긴 하는 건지, 어떤 공정을 거치는 건지, 하여간 누군가의 손으로 팔리게 될 유무형의 재화/서비스를 생산하는 데에 내 시간노력출퇴근길의고생 이 얼마만큼이라도 들어가 있는 건지, 그저 돈을 받으니 뭐가 됐든 하긴 하나보다' 하고 말 일이 아니어서 참 좋다. 

그래서 나는 마케팅 서적마저 재밌게 흥미롭게 읽고 있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다. 사실 이 책은 재미없지 않다. 

들판 가득한 소, 처음에 보면 참 평화로워 보이고, 좋고, 그렇다. 20분만 지나면? 지루하다고, 졸립다고 투덜댈 것이다. 무언가 더 '새롭고, 흥미롭고,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즉 리마커블한' 것이 나오기 전까진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당신이 리마커블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만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모든 사람에게 환심을 사고 모든 사람에게 말을 걸려고 할 필요는 없다. 

# 리마커블의 반대말은 '아주 좋다'이다. 비행기가 편안히 제 시간에 도착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항공사에 대해 떠들지는 않는다. 

2004년에 나온 책이니, 아직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등장하기 전이었다. 4-5년 뒤였다면, 책 곳곳에서 소개되는 사례들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아이폰을 들었을 것이다. '로지텍 마우스, 허먼밀러의 750달러 짜리 의자, 폭스바겐의 뉴 비틀'의 맨 앞에다 아이폰을 놓고 '보랏빛 소'의 상징이나 다름 없다고 했을 것이다. 

20여년 전과 같은, 신문방송에다 대고 무차별 대량으로 광고를 살포하고 도배하는 식의 마케팅은 아주아주 비효율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맞는 말이다. 더이상 광고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네이버 파워블로그도 마찬가지다. 현대의 소비자는 이미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다. 정보와 광고의 홍수를 헤매고 다니다 이미 지쳐본 경험이 있다. 더구나 그들은 바쁘다. 점점 더 '입소문'만을 신뢰하게 된다. 

무어의 '아이디어 확산 곡선'이란 게 참 인상 깊었다. 보자마자 내가 어디쯤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후기 수용자 - 지각 수용자' 사이에서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소비를 실천하는 편이다. 스마트폰을 며칠 전에야 산 것만 봐도 그렇다. 거의 언제나 나는 지인들에게 먼저 물어본다. 그거 사용해본 적 있냐, 어떻냐, 어떤 기능이 있고 어떻게 사용하는 거냐 등등. 책마저 비슷한 방식으로 구매한다. 신뢰할 만한 블로거나 친구들의 감상과 평가가 가장 중요한 준거이다. 

쉽게 떠들어댈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간단명쾌한 형태로. 어떤 책이 있다고 치자. 가장 처음 책을 읽은 독자가 친구를 만나 책을 소개할 때, 무슨 말을 할까? "야 이 책 진짜 재밌어" 말고, 다른 말을 한다면 말이다. 내게 <보랏빛 소>의 이야깃거리는 '입소문'이었다. 나라면 아마 이 단어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마케터는 이런 소비자(독자)의 이야깃거리를 예상하려 노력해야 한다. 알기 쉽도록, 인상적인 형태로 제공한다면 더욱 좋다. 

책에 관계된 모든 일이 흥미롭다. 마케팅도 제작도 편집도 다 흥미롭다. 그리고 완전 초짜 편집자인 나는, 할 수 있고 할만한 거라면 뭐든 다 하려는 참이다. 내 눈에 섹시한 책을 만들 수만 있다면, 심지어 영업도 재밌을 것 같다! 



보랏빛 소가 온다

저자
세스 고딘 지음
출판사
재인 펴냄 | 2004-02-28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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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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