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대했던 작품. 논픽션의 걸작이라고 불리는 작품. 500쪽이 넘는 분량. 고요한 시골의 어느 날 밤, 일가족 네 명이 살해당한 사건. 자기 방에 묶인 채 한 사람 한 사람 죽고 만 사건. 귀금속이나 큰 돈을 훔쳐가지도 않았던 사건. 저자 카포티는 이 사건을 신문에서 본 다음 <앵무새 죽이기>의 저자 하퍼 리와 함께 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6년 동안이나. 

소설처럼 흥미진진한데, 사실 소설이나 다름없다. 이 작품을 두고 '논픽션 소설'이라고 한댄다. 60년대 미국에서 태동하던 신 저널리즘의 특성을 한층 강화한 작품이라고. 카포티 본인은 이렇게 말했댄다. "그 작품은 소설과 아주 똑같을 거야. 한 가지 다른 점만 빼면, 그 안에 적힌 모든 단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진실이라는 거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역자도 인정한다.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도 녹음기나 노트를 쓰지 않았고, 철저하게 기억에 의존해서 그들의 증언을 재구성했다. ... 죽은 자의 속내, 본인조차도 언어로써 표현하지 못한 의식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묘사한 <인 콜드 블러드>는 사회적 진실을 구축하는 새로운 방식을 표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작품은 미국적 분류에서(이 블로그의 문학/비문학 분류이기도 하다) 논픽션이라고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자면. 개인의 삶에서 문학이 더 진실에 가까운 것을 전달한다고 믿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을 논픽션이라고 불러서는 안 될 것 같다. 픽션이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기술." 카포티가 이 책에서 이룩한 성취라는, 역자의 평가이다. 이 대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온갖 등장인물들, 동네 우체국 아줌마 같은 사람들마저 생생하게 그려낸다. 페리 스미스가 법정 유치장에 갇혀 있는 동안 그를 돌봐주었던 보안관과 그의 아내를 지금 나는 읽던 당시 상상한 모습 그대로 불러온다. 

마구 설레며 재밌게 읽지는 않았다. 이상하기도 하지. 사실 요즘 나는 그보다 <작전B>(다른) 같은 책을 보며 더 설렌다. 너무너무 재밌다. 이 책도 조만간 기록을 남기긴 할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 ... 솔직히 말해서 네가 나한테 해준 일이 네가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나한테 해준 일보다는 훨씬 많다는 거야. 앞으로 해줄 일까지 포함한다고 해도. 나한테 편지를 써주고, 스스로를 내 '친구'라고 하고. 내가 친구 한 명 없었을 때 말이야. 조 제임스 말고는." 449쪽


맥너턴 법칙 M'Naghten Rules. (1843년 영국 상원 판사들이 제정한, 정신 이상 판정을 위한 지침서. 1840년대 스코틀랜드의 나무꾼이었던 다니엘 맥너턴은 수상의 비서를 수상으로 잘못 알고 살해했다. 맥너턴은 정부가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으며 자신의 뒤를 밟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있었다. 그는 정신 이상으로 방면 받고,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 피고가 자신의 행위의 본질을 알고 있고 그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 행위를 행할 능력이 있는 것이며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415쪽




인 콜드 블러드(in cold blood)

저자
트루먼 카포티 지음
출판사
시공사 | 2006-03-1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실제 범죄의 생생함을 문학으로 형상화 낸 논픽션 소설. 저널리즘...
가격비교


Posted by 권고마
,